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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폐는 ‘망가지면 끝’… 40대 흡연자, 매년 폐기능 검사해야



기도 좁아지는 치명적인 COPD
오염물질에 지속적 노출때 발병
방치하면 숨차서 거동도 못해
40세 이상 13%가 앓지만 무관심
학계, 폐기능 검사 국가검진 촉구
정치권 공약 채택… 가능성 커져


미세먼지와 매연, 흡연 등으로 우리의 폐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호흡기와 폐 건강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천식, 폐암 등을 지병으로 갖고 있던 이들은 코로나19에 더 잘 걸리거나 감염 후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 당국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사망자의 98.7%가 기저질환을 가졌고, 그 가운데 COPD·천식 등 호흡기계 질환이 24%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로부터 위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평소 폐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폐는 한번 기능이 떨어지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장기다. 그래서 폐기능이 나빠지기 전에 보존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절실하다. 폐는 50% 이상 망가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초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유광하 건국대병원 천식·COPD센터장은 25일 “특히 COPD는 질병 그 자체로 인한 사망률이 상당히 높음에도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않아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PD는 기도(숨길)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고 ‘빨대로 숨을 쉬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병이다. 나중엔 숨이 차 움직이기조차 불가능해진다.

흡연과 미세먼지, 화학물질 등에 지속 노출될 경우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전체 COPD 원인의 70~80%를 점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이상일 때 COPD 악화로 입원 확률은 1.6배 높아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COPD는 심장질환이나 폐암 발생률도 높인다.

COPD는 오염물질에 오래 노출돼 발병하기 때문에 최소 40세부터 진단된다. 국내 40세 이상 10명 가운데 1명꼴(유병률 13.6%)로 앓고 있다. 사망 원인 7위에 올랐다. 2018년 진료 환자 수가 연평균 1.4% 감소했음에도 진료비는 4.8% 상승해 상태가 악화된 중증 환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중중 진행·사망 위험이 높은 데도 COPD의 적정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주요 만성질환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국내 COPD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유일한 진단법인 폐기능 검사 시행률도 67.9% 수준으로 저조하다. 유병률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비슷하지만 COPD 환자들은 폐기능 검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폐기능 검사는 호흡기를 입에 대고 숨을 크게 내쉬는 간단한 검사다. 기관지천식도 폐기능 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데, 시행률은 31%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수년전부터 폐기능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을 촉구해 왔다. 보건복지부도 폐기능 검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년마다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에 포함할 경우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의뢰해 진행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7월쯤 나오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공약에도 폐기능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이 채택돼 있어 조만간 출범할 새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 교수는 “COPD 유병률은 13% 정도로 국가검진 도입 기준(유병률 5% 이상)을 넘고 방치 시 중증 사망 위험이 높으며 전국 어디서나 비싸지 않은 비용(1만~2만원)으로 검사받을 수 있는 등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COPD의 발병 양상, 비용 효과성 등을 감안할 때 2년마다 시행되는 일반검진보다는 56세, 66세 두 차례 검진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OPD의 발병 시기는 개인차가 있으나 대개 40대 이후부터다. 보통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약 10년 뒤부터 증상이 나타나 상대적으로 흡연 경력이 긴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흡연력과 함께 40세 이후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있으면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 폐기능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COPD 환자는 단순 감기조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독감이나 폐렴 예방 주사를 필수로 맞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다면 마스크를 껴야 한다. 금연도 가급적 빠른 게 좋다. 흡연자는 COPD 뿐 아니라 코로나19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에서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비흡연자 보다 최대 14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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