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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30대 11%·40대 20% 고혈압… 젊다고 비켜가지 않는다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 발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20~40대의 상당수는 젊음을 과신해 고혈압 치료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술·담배 과도하게 노출… 상당수는 젊음 과신해 치료 방치
나이 불문 꾸준히 혈압 관리해야… 혈압 135/85㎜Hg 넘으면 의심을

A씨(35)는 이달 초 서울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실려왔다. 당시 그의 혈압은 182/120㎜Hg로 높은 수준이었다. 흉부X선 영상에서 심장이 커져 있었고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소견도 보였다.

의료진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부터 혈압이 높다고 들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따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평소 혈압에 각별히 신경써야 했던 이유는 다분했다. 부모 모두 고혈압이었고 아버지는 심근경색 병력도 있었다. 영업 일을 하는 그는 1주일에 4~5일은 음주와 회식을 하며 몸을 혹사했다. 주말엔 피곤해서 집에서 꼼짝 않고 쉬거나 TV시청·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젊음을 과신하고 고혈압을 방치했던 대가는 컸다. 입원 후 검사에서 심장 비대, 심부전(심장기능 저하), 단백뇨, 콩팥기능 손상 등 심한 고혈압 합병증이 확인됐다. 담당 의사는 “혈압이 좀 높다고 무슨 일이 생길까 생각할 수 있지만 고혈압은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출혈 같은 치명적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A씨는 5~6가지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혈압이 조절돼 지금은 심장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다.

고혈압, 노년층 전유물 아니다

2018년 국민건강통계(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30세 이상 3명 가운데 1명꼴(유병률 28.3%)로 고혈압을 갖고 있다. 유병자는 1100만명을 넘어섰다.

고혈압은 보통 노년층의 전유물로 생각되지만 근래 30·40대는 물론 20대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30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11.7%, 40대는 20.6%에 달했다. 국민건강통계에서 20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공개되지 않지만 대한고혈압학회 자체 산출 결과 약 12%로 파악됐다. 50대(34.7%) 60대(46.0%) 70세 이상(70.2%)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젊은층 환자가 생각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고혈압은 조기 진단하고 약물치료와 함께 건강한 생활습관만 잘 유지한다면 관리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젊은 환자의 상당수가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르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약에 대한 부담감, 젊다는 자신감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30대와 40대의 고혈압 인지율은 각각 19.8%, 44.8%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치료율도 30대 16.9%, 40대는 38.2%에 불과했다. 전체 고혈압 인지율(69.1%)과 치료율(65.3%)보다 현저히 낮았다.

젊어서 큰 질병이 없으니 병원에 갈 일과 혈압 잴 일이 별로 없고 혹시 고혈압이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혈압약을 한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층은 주위 환경조차 고혈압에 취약하다. 활발한 경제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 술·담배 등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18일 “20~40대는 치료에 소홀하고 질병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게다가 바쁜 경제활동 때문에 스트레스와 피로는 달고 살면서도 운동하기는 힘들고 병원은 잘 안 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명찬 충북대병원 교수도 “아무리 언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위험하다고 해도 마스크 없이 클럽 가는 젊은이들이 있지 않느냐. 이들을 통한 무증상·경증 전파가 무섭듯이, 고혈압도 소리없이 심장과 뇌혈관을 병들게 하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 젊음을 맹신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세계 고혈압의 날(17일)이 있는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정하고 특별히 ‘젊은 고혈압을 찾아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이벤트 대신 SNS와 블로그에서 자신의 혈압 측정 모습이나 혈압수치를 찍어올리는 인증샷 챌린지와 UCC 공모전 등을 진행 중이다.

증상 없어 젊은층 위험 인지 못해

고혈압은 병원과 가정 혈압 측정 기준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진료실에선 140/90㎜Hg 이상이면 진단되지만 집·사무실 등 병원 밖에서 잴 땐 135/85㎜Hg이상일 때 해당된다.

고혈압은 혈관 압력이 높은 것 외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혈압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 파악도 쉽지 않아 왜 위험한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간이 오래되면 심뇌혈관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젊다고 해도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치료는 외면하고 나쁜 생활습관이 더해지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손 교수는 “실제 응급실에 실려오는 젊은 심뇌혈관질환자 중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몰랐거나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치료받지 않았던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노년층으로 갈수록 치료도 잘 받고 조절도 잘 되므로 합병증이 천천히 생기거나 약한데 반해, 젊은층은 치료를 등한시하다 갑자기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임을 알았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꾸준한 혈압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에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회사 혹은 집에서 일정한 간격 혹은 1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으면 일단 고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고혈압 치료와 예방을 위해선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요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위험인자인 나쁜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건강한 식단(저염식, 육류를 피하고 야채 위주), 적극적인 유산소 운동, 체중 감량, 금연, 절주 등이 따라줘야 한다.

조 교수는 “젊은 고혈압 환자가 치료약을 외면하는 큰 이유는 증상이 없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고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지만 우려와 달리 고혈압 진단 후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 개선이 초기 치료의 기본이며 그래도 혈압 조절이 안될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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