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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밤마다 하루 섭취량의 50% 이상 먹고 아침엔 식욕이 없다

야간식이증후군에 걸리면 낮에는 입맛이 없어 굶거나 간식으로 때우다가 잠자기 전이나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밤에 먹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치킨 피자 등 고열량식 보다는 우유 오이 당근 등 저칼로리·저당분 음식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스트레스 탓 ‘먹방’ 영향도 커 방치하면 불면증·위염 등 심각
코로나 재택 근무·온라인 등교로 늦은밤 야식 찾는 올빼미족 늘어

직장인 하모(30)씨는 늦은 시각 집에서 치킨 피자 보쌈 같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저녁을 충분히 먹었더라도 밤 10시 이후면 허기가 져 습관적으로 야식을 찾는다. 배달음식이 안되면 라면 같은 고칼로리 간식으로 허기를 채울 때도 많다. 먹은 음식이 채 소화되기도 전에 잠에 들면 도중에 깨기 일쑤여서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고 피곤하고 두통도 있다. 컨디션이 나쁘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저녁에 많은 음식을 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더군다나 음식을 먹고 바로 누워 자는 습관 탓인지 최근 건강검진에서 역류성식도염(위산이 역류해 식도에 염증)과 만성위염 진단까지 받았다.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 근무나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다음 날 출근 및 등교 부담이 없어 늦은 밤 야식을 찾는 올빼미족도 늘었다.

하지만 밤마다 습관적으로 야식을 즐기면 건강에는 경고등이 켜진다. 특히 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 식사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불면증, 위·식도역류질환 등을 함께 갖고 있다면 ‘야간식이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을 의심해야 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은 평소 아침, 점심을 거르거나 적게 먹다가 저녁 시간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현상을 말한다. 1955년 처음 개념이 소개됐다.

저녁 7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하루 음식 섭취량의 50% 이상을 먹는다, 아침에 식욕이 없다(입맛이 없어 억지로 먹음), 불면증으로 자주 고생한다(잠들기 어렵거나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깸)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야간식이증후군으로 대개 진단된다. 저녁 후 과식이 핵심 증상이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1일 “해외 연구를 보면 야간식이증후군 환자는 낮 동안 섭취한 칼로리가 하루 전체의 37%에 불과할 정도로 낮과 밤의 섭취 양상이 달랐다”면서 “저녁 시간에 음식을 먹는 횟수가 24시간 동안 9회 이상으로 일반인(4회 이상), 폭식증 환자(6회 이상) 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야간식이증후군이 심한 사람은 한밤 중에 자다 일어나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에 대한 비정상적인 신체 반응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365mc클리닉 강남본점 손보드리(가정의학 전문의) 대표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양쪽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기관인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신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증가할수록 식욕이 왕성해진다”면서 “이 경우 자신도 모르게 음식에 손이 가게 되고 특히 달콤하거나 짭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생활 탓에 낮과 밤의 경계가 없어지거나 저녁 모임이 잦은 사람도 야간식이증후군 위험이 높다. 우울증 등 기분 장애, 불안감, 약물 사용 문제 등과도 연관 있다.

TV나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먹방(음식 방송)도 야간식이증후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두뇌와 인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먹방 영상을 보여준 뒤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했더니 탐욕 중추가 자극받아 식탐으로 이어지는 걸로 확인됐다.

잦은 야식은 비만과 직결된다. 낮에는 교감신경이 주도적으로 작용해 신진대사가 에너지 소비에 중점을 두게 된다. 반면 밤에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체내 영양소를 지방으로 축적해 다른 시간대에 음식을 먹는 것 보다 훨씬 더 살이 찌기 쉽다. 칼로리 높은 야식 특성상 비만 위험은 더욱 높다. 야식 인기 메뉴인 양념치킨 한 마리의 칼로리는 1300㎉, 족발 소(小)자는 768㎉, 피자 한 조각은 382㎉에 달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을 방치하면 그에 따른 불면증이나 위·식도역류질환, 위염 등 2차 질병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 의료계는 국내 인구의 1.5%가 야간식이증후군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상체중인의 0.4%, 비만환자의 9%, 심한 비만환자의 27%가 해당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야식 생각을 들지 않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아예 식욕이 들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오전 오후 내내 신체활동량을 늘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1주일에 4회 정도 운동하면 식욕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로 오후 3~6시 전후를 꼽는다. 체온이 가장 높고 신진대사와 근육활동이 활발해 운동 효율이 높아서다.

다만 대다수 현대인은 일상에 치이는 만큼 이 시간대에 운동할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손 원장은 “그래서 출근 전에 시간을 내 1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수면 시간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침 운동 후에는 자연스러운 공복감을 느끼게 돼 평소 아침을 먹지 않던 사람도 식사를 챙기게 된다”면서 “점심 폭식을 막고 저녁에도 불필요한 영양섭취를 막아준다”고 했다.

그래도 밤에 먹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심호흡, 음악 듣기, 물 마시기 등이 추천된다. 또 이왕이면 우유 오이 당근 등 저칼로리·저당분 음식이 도움된다. 밤에 허기가 느껴질 때 뜨거운 물로 샤워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위장 활동이 억제돼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야간식이증후군은 식습관 뿐 아니라 원인인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평소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 두고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없애는 것이 좋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찾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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