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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던진 도전… 한국교회, 위기대응 매뉴얼 갖춰야’

서울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가 지난 2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를 통해 한국교회는 위기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지칭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교회 현장 역시 다르지 않다. 예배와 모임, 다음세대와 이단·사이비, 대사회·대정부 관계, 새로운 목회 현안 등이 코로나19가 던진 도전이다. 위험 일상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진리 선포 외에 합리성과 신속성이라는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아젠다설정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첫 모임을 이끌었던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를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교회에서 만났다. 이 목사는 한목협과 교회갱신협의회 사무총장으로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한국교회의 방향과 대안을 모색해온 전문가다.

-아젠다설정위원회를 구성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교회 앞에 위기 상황 매뉴얼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했는지를 다룬 기록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로나19는 대재앙이다. 한국교회가 이 재앙을 통과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교훈, 전략을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위원회는 예배 교회학교 문화 다음세대 가정 신천지 전도 대정부 등 20여개 주제를 정해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맡겼다. 다음 달부터 영역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는가.

“긍정 반, 부정 반이다. 소그룹 사역은 기회라고 본다. 대면 심방이 어려웠지만, 만남에 대한 욕구와 밀도는 간절했다. 흩어지는 교회가 중요해졌지만, 예배당과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재난 유토피아’라는 말처럼 코로나19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협력하며 헌신을 보여준 교회들이 있다. 진정한 공동체를 경험해본 교회들이다. 끈끈한 신앙 공동체를 유지했던 교회는 계속 결속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 교회는 매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성도들은 앞으로 교회 지도자들을 유심히 살필 것이다. 성도들은 정부의 방역 대책을 경험했다. 교회 사역이 신속성과 투명성,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지 따져볼 것이다.”

-예배가 재개되고 있지만 ‘완전체’로서의 예배 복원은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모든 게 미지수이고 불확실하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이라는 성경 말씀은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네트워크한 곳’으로 해석해야 할 정도가 됐다. 지난 두 달여간 한국교회가 이 네트워킹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향후 예배 공동체의 복원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서현교회의 경우 부교역자들이 엄청나게 바빴다. 매주 연락해야 할 성도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구분했다. 어르신 환자 어린이 등 그룹으로 나눠서 교회 안에 소외되는 성도가 없도록 했다. 그렇게 9주를 보냈다. 교회가 코로나19로 두려워하며 어려움에 부닥친 성도들을 돌보지 않았다면 나중에 성도들은 목사를 향해 성직자로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지난 두 달은 엄청나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목회를 해야 할 것이다.”

서현교회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온·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했다. 이 목사는 매주 교인들을 향해 목회 서신을 작성해 보냈고 피드백도 그때그때 받았다고 한다. 새벽기도회도 중단없이 진행했다. 교회는 소속 노회의 작은 교회들을 위해 임대료를 지원했으며 교회의 청년들도 힘껏 보살폈다. 특히 직장이 없거나 실직한 청년 20명에게 30만원의 현금을 지원했는데 장학금 외에 교회가 전달한 최초의 현금 지원이라 한다. 서현교회는 추후 소액 신용대출로 바꿔, 청년들의 자활을 도울 예정이다. 청년들에게 바우처를 지급해 교회 주변 식당 및 카페에서 식사하도록 했다. 서현교회는 청년 담당 전임사역자를 따로 배치하는 등 청년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9일 주일예배에는 400명이 나왔는데 이 중 100명이 청년들이었다 한다.

-코로나19를 대하는 한국교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위기 상황에서 서로 네트워킹을 이뤄 논의할 장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무엇보다 사회나 정부를 향해 전달하는 사회적 언어 구사력이 약했다. 무게와 권위를 지니고 사회를 향해 발언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연합기관의 전략도 부족했다고 본다. 모두 훌륭한 목회자이며 존경받는 분들인데 연합기관 대표로서 발표하는 성명이나 입장은 거칠었고 한쪽만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연합기관 안에 다양한 동향을 파악해 조언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연구가 있어야 자료가 나오고 자료가 있어야 종합적인 매뉴얼이 나온다.”

-코로나19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사회를 사는 인간의 한계를 눈으로 보게 했다.

“인간의 힘으로만 살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인식하게 했다. 교회의 적극적인 변증이 필요하다. 교회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한 사역, 정직한 신학적 물음에 대한 진지한 대답을 전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신천지 등 이단·사이비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의 돌봄과 양육도 고민해야 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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