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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앙상블이란 이름의 숨은 별 찾아내는 ‘더블 캐스팅’

tvN ‘더블 캐스팅’은 숨겨진 무대 위 주역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4개월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tvN 화면캡처


뮤지컬 ‘베르테르’의 주인공으로 나현우가 선발됐다. tvN 화면캡처




CJ ENM의 케이블방송 tvN에서 제작한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더블 캐스팅’이 지난 2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해 4월 18일 최종 우승자를 배출하며 종영했다. 그동안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쇼미더머니’ ‘프로듀스X 101’, ‘미스/미스터트롯’ 등 방송으로 대중음악계 뉴페이스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차고 넘쳤다. 크로스오버 계열 ‘팬텀싱어’도 순항중이다. 하지만 ‘더블 캐스팅’처럼 뮤지컬 앙상블 배우만을 대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기나긴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김원빈, 나현우, 임규형, 정원철 배우가 경합을 벌였고 최종 Top 2에서 나현우와 임규형이 맞붙어 예선 때부터 고르게 지지를 받은 나현우가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그는 상금 1억원과 함께 2020년 대극장 뮤지컬 ‘베르테르’의 타이틀롤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된다.

뮤지컬에서 앙상블이란 주조연 배우들 뒤에서 무대의 공간을 채워주고 캐릭터로는 단역, 음악으로는 합창, 춤으로는 군무로 전체의 일부가 되어주는 배우들을 일컫는다. 앙상블에겐 다양한 기교와 능력이 요구되지만 주조연 배우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대극장 뮤지컬 주연 남자 배우의 소양으로 바리톤에서 테너를 넘나드는 가창력, 세밀한 연기력,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외모를 포함한 배우의 매력 이렇게 네 가지 정도를 꼽는다. 그에 비해 쇼 장면을 책임지는 앙상블은 춤이 중요하기에 일반적으로 큰 키에 유연한 몸과 재즈, 탭, 발레, 아크로바틱에 이르는 전천후 기술이 요구된다. 그리고 앙상블이 주연 배우로 발돋움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원캐스팅-커버 시스템에 있다. 즉 모든 프로덕션에서 원캐스트 주연 배우가 불가피하게 무대에 서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앙상블에게 대비(커버)를 시킨다.

반면 한국에선 멀티캐스팅 방식이 일반적이다 보니 여러 명의 남자 주인공들이 있고 한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해도 다른 주연 배우가 즉시 투입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 공연 시스템에선 앙상블이 ‘커버’ 제도를 통해 주연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 현실에 맞게 숨겨진 배우들을 발굴하는 이번 기획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앙상블이라고 해서 대극장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뮤지컬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선 앙상블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으며, 앙상블다움의 미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배우의 능력을 알아보고 거기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것은 일차적으로 뮤지컬 관계자들의 책임이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이 평가하는 것이다.


‘더블 캐스팅’ 시청률은 닐슨미디어 기준 최대 1.7%를 기록했다. 크로스오버 대중음악을 지향한 ‘팬텀싱어’의 최대 4.6%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하지만 대중음악 중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상업 방송사에서 예술 영역을 포괄하는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방송으로 뮤지컬 배우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보였다. 예선과 본선 대부분이 가창 중심의 일반적인 노래 경연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의 일반적인 포맷인 관찰카메라 분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심사가 필요할 것이다. 멘토(심사위원)들도 선배 배우의 비중보다는 현장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보다 더 반영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파이널에 가까울수록 스페셜 멘토진을 구성해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대거 반영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장 방청객들을 초청할 수 없었던 심사장에서 나름의 집단 지성과 집단 감성의 역할을 했다.

‘팬텀싱어’도 세 번째 시즌이 진행중이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의 끼와 능력이 방송을 통해 더욱 확산되고 그것이 무대를 찾는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더블 캐스팅’ 여자 편도 기획되길 고대한다.

조용신(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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