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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의 때 이른 시리아 ‘임무 완수’ 선언

미군이 14일 새벽(시리아 현지시간) 영국·프랑스군과 함께 시리아 내 화학무기 관련 시설 3곳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의 화학·생물학 무기 능력을 상당히 저하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진 참사의 책임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물은 것이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잔인무도하게 반군 지역 주민들을 살상하는 아사드 정권을 응징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필요한 조치다. 아사드 정권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군 지역에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살포한 혐의를 받아 왔다. 하지만 단발성 군사 공격으로 아사드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이란,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가 됐을지는 의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번 시리아 공습은 완벽하게 실행됐다”며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Accomplished)”고 했다. 그러나 공습이 끝난 뒤 이번 공격이 시리아 내전의 향방은 물론 아사드 대통령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게 확실해지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춤추고 노래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전략은 최근 양 극단을 오갔다. 2주 전만 해도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를 박멸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2000명인 미군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리아에서 아주 이른 시일 내 미군을 철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하면 그동안 미국을 도와 IS 격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쿠르드 반군이 괴멸되고 이란과 터키가 그 공백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필요한 것은 단발성 공격이 아니라 확실하고 구체적인 시리아 전략일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번 공습으로 러·중 대 미·영·프 등 서방국 간 대립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겨우 안정화에 들어간 이라크가 다시 불안해지고 이란과 사우디, 이스라엘 간 갈등이 격화되는 등 중동의 불길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불안 조짐을 보이는 국제유가가 급등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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