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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평창’ 결산 <1>] 단일팀 평화 메시지, 北·美대화 물길도 열었다

9일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지난 18일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순위 결정전에서 패한 뒤 한반도기를 흔드는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국민일보DB


논란 딛고 남·북대화 물꼬, 평화올림픽 상징으로 우뚝… 스포츠 외교사 한 획 그어
졸속 추진으로 성적은 초라… 출전기회 박탈 불공정 반발
장기 단일팀 계획 등 필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평화올림픽의 상징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고, 북·미 대화 가능성마저 높여 스포츠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나온 ‘공정성’ 논란과 낮은 수준의 경기력은 추후 단일팀 구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남과 북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후 27년 만에 단일팀을 구성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앞두고 가진 결산 기자회견에서 “남북 단일팀과 공동 입장은 스포츠를 뛰어넘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폐회식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귀빈 관람석에 함께 자리했다. 남북 단일팀이라는 작은 날갯짓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일종의 나비효과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북 단일팀은 상징성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10일 열린 스위스와의 첫 경기엔 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남북 최고위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또 북한에서 온 응원단은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남북 단일팀이 화제가 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대결 구도에서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북·미 관계도 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탐색 가능성이 열리는 흐름을 보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단일팀은 27년 전과 달리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갑작스럽게 결성되면서 뜻하지 않은 국론분열도 낳았다. 졸속 추진이라는 꼬리표에다 갑작스런 북 선수단 합류로 4년간 땀 흘린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빼앗겼다는 ‘불공정’ 여론이 일면서 젊은 층의 반발을 샀다. 올림픽에서 5전 5패, 2골 28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은 단일팀 효과를 반감시켰다. 91년 탁구 단일팀이 단체전 우승, 축구 단일팀이 8강 진출을 보이며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과는 명백히 차이가 난 결과였다.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번 단일팀은 너무 급하게 추진됐고 훈련 기간도 짧아 잡음이 많았다”며 “남과 북이 서로 보완재가 되면서 단일팀을 짤 수 있는 종목들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이어 “제대로 된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장기적 계획과 합동훈련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1년 때처럼 남북체육회담 등을 통해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논의하고 충분한 남북 공동훈련을 해야 단일팀 결성의 의의가 빛날 것이라고도 했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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