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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참전국서 ‘금빛 질주’ 꿈꿨는데…

미국 스키 여자 대표 린지 본이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 경기에 출전해 2차 시기 회전 종목에서 완주에 실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AP뉴시스


금메달을 획득한 스위스의 미셸 지생이 경기를 마친 뒤 환호하는 모습. AP뉴시스


활강 종목 1위 불구 회전서 실격 “몸이 안 따라줘 짜증나고 속상해”
역대 올림픽에서 금 1·동 2 따내v 월드컵선 개인 통산 81승 대기록
스위스 무명 지생, 챔피언 등극


‘스키여제’ 린지 본(34·미국)의 마지막 올림픽 주행이 ‘디엔에프’(DNF·완주하지 못했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로 허무하게 끝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 전부터 이슈를 몰고 다니며 주목을 받은 그였지만 퇴장은 쓸쓸했다.

본은 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렸다. 세계 스키 무대를 주름잡았던 그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였다. 이날 1차 시기 활강에서는 본이 1위를 기록해 그가 8년 만의 금메달 획득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알파인스키 복합 경기는 활강과 회전 두 경기를 치른 뒤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을 합산해 빠른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2차 시기 회전의 마지막 순서로 경기를 시작한 본은 삐끗하며 슬로프 중간에 멈춰 서고 말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본은 “몸이 더는 따라주지 않는다”면서 “굉장히 짜증이 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 날 힘들게 한다”면서도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본은 숱한 부상과 수술로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다.

금메달은 미셸 지생(25·스위스)의 몫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우승은 한 차례도 없는, 무명 선수나 다름없는 지생은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2분20초90의 기록으로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본과 이번 올림픽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스키요정’ 미케일라 시프린(23·미국)은 2분21초8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동메달은 2분22초34를 찍은 웬디 홀드네르(25·스위스)에게 돌아갔다.

본은 전날 열린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는 1분39초69로 동메달에 그쳤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본은 “할아버지를 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며 아쉬워해 내외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본에게 스키를 가르쳐주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평창올림픽 전부터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본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앞으로도 악플을 견뎌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6위로 메달권에 들지 못했을 때도 그의 SNS 페이지는 조롱으로 도배됐다. 본이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이다.

평창올림픽을 포함해 역대 올림픽 무대에서 본의 성적은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여제라는 별명에 비해서는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본은 스키계의 ‘레전드’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FIS 월드컵 여자 선수 개인 통산 81승이라는 타이틀은 다른 선수들이 넘보기조차 힘든 수준의 대기록이다. 여자 다승 2위는 이미 은퇴한 안네마리 모저 프뢸(오스트리아)로 62승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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