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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고통스럽지만 예수님 고난 생각하며 견뎌”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이상엽 선교사가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동 입원실에서 첫 번째 약물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영애 선교사 제공


50대 중반의 선교사가 혈액암(다발성골수종)으로 투병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Sarawak)주에서 사역하던 이상엽(54) 선교사가 종양을 처음 발견한 건 2016년 6월이었다. 오른쪽 엉덩이에 심한 통증을 느낀 이 선교사는 현지 정형외과에 다니며 약만 처방받았다. 의료시설이 빈약한 선교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그러던 중 신학훈련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MRI 촬영을 했는데, 어른 주먹 크기만 한 악성 종양을 발견했어요. 종양이 너무 커 의사들이 놀랄 정도였습니다.” 이 선교사의 아내 이영애(56) 선교사 얘기다.

종양을 발견한 뒤에도 이상엽 선교사는 사역을 위해 보르네오섬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암세포는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왼쪽 무릎 쪽에 암이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려던 시점에는 척추까지 전이됐다. 6번 척추는 아예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인공뼈로 교체한 상태다.

이상엽 선교사의 사역은 평탄하질 못했다. 1998년 서부아프리카 감비아에 파송됐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갑자기 후원이 중단되면서 2년 만에 귀국해야 했다. 이후 몇몇 교회의 후원으로 말레이시아에 파송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상엽 선교사는 매월 2000달러를 고정적으로 후원해주는 ‘주 후원 교회’가 없다.

그는 현재 서울의 한 원룸에 머물고 있다. 그의 딱한 사정을 접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교회(조동천 목사)에서 거처를 제공한 것이다. 이곳에서 아내와 아들 은찬(22·성균관대 정외과 3년)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아내 이영애 선교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선교지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병원비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완쾌해 사역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이상엽 선교사는 심한 기관지염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부터 약물치료에 들어가는데 부작용이 걱정된다”면서 “매 순간 고통스럽지만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견디고 있다.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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