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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도전자로… ‘쇼트트랙 여왕’ 박승희, 스피드스케이팅 출격

한국 대표 박승희가 14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AP뉴시스


쇼트트랙 선수로 5개의 메달
안주 않고 새로운 도전
女 1,000m 빙속 올림픽 데뷔
한국 겨울스포츠 새역사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승희(26)의 ‘아름다운 도전’이 마침표를 찍었다. 두 개의 빙상 종목에서 올림픽 무대에 섰던 그의 발자취는 한국 겨울스포츠의 새 역사가 됐다.

박승희는 14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에 출전해 1분16초1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 번 올림픽에 출전한 박승희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처음 뛰어본 올림픽 경기로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다.

원래 박승희는 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도 에이스였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1000m,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1000m와 계주에서 각각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여자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그대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다시 ‘금빛 결승선’이 보장되는 듯했다.

게다가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색깔을 불문하고 메달 5개를 따낸 선수는 박승희와 전이경(42), 이호석(32)뿐이다. 박승희가 메달 하나만 더 추가해도 가장 많은 동계올림픽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된다.

하지만 박승희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익숙한 쇼트트랙 트랙을 벗어나 2014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돌연 종목을 바꿨다. 그런데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림픽 1000m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종목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올림픽에 출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쇼트트랙, 쇼트트랙에서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던 장거리 간판 이승훈(30)은 쇼트트랙 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빙판 위에서 열리는 종목이라는 점은 같지만 스케이트화, 코스, 경기 규칙이 확연히 다르다.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단 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예 다르다”며 “쇼트트랙의 경우 작전도 짜고 팀플레이를 잘하면 메달을 딸 수 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완전히 개인 종목”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이번에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생겨 영광스럽다. 새로운 길에 섰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배우는 점도 많다. 긍정적으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말했었다.

박승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단의 에이스였던 시절에는 무조건 메달을 노려야 했다. 지금은 그때처럼 막강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첫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박승희의 표정은 밝았다. 정상에 섰지만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며 끊임없이 배울 줄 알았던 박승희는 그렇게 한국 겨울스포츠의 전설이 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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