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0·중국 상하이)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강원도 평창 설원을 날아올라 강스파이크를 때렸다. 배구화를 벗어던지고 축구화로 갈아 신은 김연경은 하얀 눈이 가득 쌓인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짧은 운동복 대신 긴 소매의 스포츠웨어와 털모자, 장갑으로 중무장한 배구 여제의 얼굴에는 경기 내내 함박웃음꽃이 폈다.
13일 오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오스트리아하우스 설원 위에서 펼쳐진 겨울 이색 스포츠 ‘스노발리볼(Snow Volleyball)’ 쇼케이스의 한 장면이다. 이날 행사엔 김연경을 비롯해 지우베르투 피뉴(브라질), 이마누에우 헤고(브라질) 등 세계 각국의 배구 스타와 비치발리볼 스타 등 7명이 나서서 시범경기를 선보였다.
스노발리볼은 눈 위에서 하는 배구다. 눈밭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축구화를 신는다. 코트는 비치발리볼보다 1m 작은 7×14m가 적용된다. 3세트로 진행되며 1∼2세트는 21점제, 3세트는 15점제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유럽배구연맹(CEV)이 마련한 이날 이벤트는 스노발리볼의 동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첫걸음이다. FIVB는 2020 세계선수권 개최 및 2020 유스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노발리볼까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면 배구는 동·하계 올림픽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최초의 스포츠가 된다.
김연경은 “축구화를 신고 눈 위에서 배구하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빨리 적응해 배구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스노발리볼이 지금은 국내에서 생소한 스포츠이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져 비치발리볼처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서승진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