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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전·현직 대통령의 충돌



1988년 9월 10일 오전, 당시 박세직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17일 열릴 올림픽 개막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전두환은 자신의 대회 참관 문제로 잡음이 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말했다. 6공 출범 이후 양파 까듯 나오는 전두환 친인척과 5공 비리 문제로 여론은 들끓었다. 국내외 정상급 요인들과 대규모 인파가 참석하는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가고 싶어도 못갈 상황이었다.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초청하고 사양했지만, 실제로 5공과 6공 세력은 5공 청산 문제로 살벌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6공 황태자인 초선의원 박철언 등 핵심들은 전두환이 개막식에 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재임 때 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은 역사적인 개막식을 TV로 봐야 했다. 두 달여 뒤엔 백담사로 유배된다.

탄핵 사태가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2월 9일)에 현직 대통령 박근혜와 19대 대통령 당선자, 그리고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참석할 것이다. 폐막식(25일)에는 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25일 오전 취임식을 마친 신임 대통령이 저녁에 박·이 두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장면이다. 민주주의 전통이 확립된 나라에선 정치적 충돌이 있어도 이런저런 행사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화합과 단결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새삼 나라와 지도자를 느낀다.

MB가 노무현 이름 석 자를 거론하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분노를 표시했다. 애당초 MB를 개막식에 초청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쯤 되면 물 건너갔다. 북한 참여나 주요국 정상 초청에는 목매고 있는데 정작 내부는 이렇게 돌아가니 착잡하다. 전직 대통령들의 골목성명과 입장발표가, 논두렁 시계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구입했다는 명품이 겹쳐진다. 역사는 첫 번째는 비극, 두 번째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더니….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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