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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 내디딘 한걸음… 작품 속 희망을 보았다”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기념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에 초대된 기독교계 주요 인사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로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민찬기 김경문 박삼열 김은호 엄기호 목사,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박종화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김순권 장차남 최건호 전명구 전계헌 윤세관 임우성 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명작은 바라보는 이에게 각기 다른 성찰 기회를 선물한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진리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 불세출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그렇다.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 초청받은 교계 인사들은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참석자들은 도슨트(docent·전시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전시를 감상했다. 특히 기독교가 자코메티의 영감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으며 독일 화가 마티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이젠하임의 성 안토니오 수도원의 제단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자코메티는 그뤼네발트의 작품 중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의 시선을 그린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예수의 시선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그 시선이 ‘인간은 영원할 수 있다’고 확신을 주는 느낌을 받았고, 본인도 영원성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되기를 열망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자코메티 최고의 걸작인 ‘걸어가는 사람’ 석고원본(1960년 작)이 전시된 ‘묵상의 방’에 들어섰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컴컴한 방 안에는 마르고 쪼그라든,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사람의 형상이 있다. 서 있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그 형상은 큰 보폭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곧 무너질 듯 유약해 보이지만 눈에는 다부진 결의가 담겨 있다. 도슨트는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유럽인의 초상이자 인류 전체의 초상을 나타낸 것으로 ‘인간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죽음이라는 숙명을 갖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묵상의 방’에 남아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계헌 총회장은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여진다”며 “동시에 다툼과 경쟁이 끊이지 않는 현시대에도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불안해하며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은 “자코메티의 작품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예수가 내게 필요하다는 자각을 할 수 있었다”며 “고독한 인간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생명이 들어갈 때 인간 스스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은 “고뇌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은 ‘절망보다 희망을 노래하라’는 기독교 신앙의 정신과도 통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전은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과 공동 주최한 전시회다. 문화예술기업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다. 의미 있는 전시를 개최한 국민일보에 대한 격려도 이어졌다. 김은호 오륜교회 목사는 “자코메티 특별전은 국민일보의 창간 30주년을 빛내줄 최고의 선물이다.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아픔과 슬픔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혼을 어루만져준다”며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흙으로 사람을 만드신, 최초의 예술가인 하나님에 대해서도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윤세관 총회장은 “조각으로 살아있는 시선을 만든 자코메티의 실력에 감탄했다”며 “모든 신앙인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도 교인들과 다시 찾아와 ‘걸어가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묵상하고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화 국민문화재단 이사장은 “국민일보가 30년 전 창간 당시 목적처럼 사랑이 넘치고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처럼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야 장창일 최기영 기자 Isaiah@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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