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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우일, 온가족이 몽땅 한적한 美서부로 떠난 까닭은

만화가 이우일이 그린 미국 포틀랜드 풍경들. 비채 제공


포틀랜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이우일씨. 비채 제공


아내 선현경씨와 딸 은서양. 비채 제공


가족이 몽땅 낯선 나라 한적한 도시로 이주해 살아보면 어떨까. 2년간 이렇게 살아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이우일(49)이 그 얘기를 신간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비채)에 담았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면서 책을 쓴 뒤 얼마 전 하와이주 오아후섬으로 이주한 그를 2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해외 이주에 가장 걸리는 부분은 역시 먹고사는 문제다. “우리 부부는 작가이다 보니 어디서 살고 일하든 상관이 없다. 마침 딸은 더 나은 환경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세 식구가 서로 도와가며 하고픈 걸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포틀랜드였다.” 이우일 가족은 서울 집을 세 준 뒤 미국 북서부의 포틀랜드로 이사 갔다.

이우일은 포틀랜드 윌래밋 강변에서 달리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딸과 함께 크로키 수업을 들었다. 우기에 내리는 비를 기분 좋게 맞으며 페스티벌 구경을 다녔다. “포틀랜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길에선 언제나 개를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맘이 편안해졌다.”

책에는 강 위의 작은 요트를 통과시키기 위해 수십 명이 다리 위에서 10분 넘게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그는 “내가 떠나온 서울은 모든 것이 너무 빨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삶이란 그렇게 천천히 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포틀랜드는 모든 게 엄청 느려서 곤란할 정도였지만 각자 자신의 인생을 음미하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책에는 이런 일상을 담은 에세이 40여편과 일러스트 200여컷이 수록돼 있다.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는지 궁금했다. “아내랑 딸이랑 함께 식사하고 그림 그리고 책방에 가고 시장을 보는 일상적인 순간들. 이 시간들이 모두 보석같이 빛난다.” 그가 고요한 일상을 보내는 2년간 한국도 미국도 정치적으로는 격변기였다.

“사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돌아보면 그런 무관심이 너무나 창피하다. 이제는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한다.” 개인의 삶이란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의 가족에게도 포틀랜드에서 보낸 시간은 변화의 시기였다.

딸은 2년간 미술공부 후 원하던 네덜란드의 한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부부는 미국 하와이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시간 우리 부부가 어른이 되어 떠나는 딸아이를 배웅한 느낌이 든다. 계획하지는 않았는데 결국은 그렇게 됐다.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우리 가족은 참 운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는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서울 집이 1년 더 임대 상태라 돌아갈 곳도 없고 이곳 생활비가 생각보다 저렴하다. 지금 오아후섬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 서울은 무척 춥다는데 죄송하다.” 수줍은 웃음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의 가족은 인생이란 시간을 천천히 여행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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