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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정치적 부담? 부끄런 기성세대 돼선 안돼” [인터뷰]

영화 ‘강철비’의 주연배우 정우성. 그는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등 기대작과 줄줄이 맞붙는 연말 흥행 대결에 대해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 장르가 다 다르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나흘 만에 16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NEW 제공


영화 ‘강철비’의 극 중 장면. NEW 제공




공교롭게도 정우성(44)은 올해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배우가 됐다.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을 통해 부패권력을 정조준했던 그가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양우석)에선 남북 분단 현실에 대한 이슈를 꺼내들었다. ‘내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던 그다운 선택들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의미 부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평소처럼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정치적 성격을 띤 작품들에 연달아 출연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없었느냐는 우문에는 “부담스러웠으면 안 하지 않았겠느냐”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내가 유명인이니까 인지도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이런 걸 알려야지’라는 식의 계산은 없었어요. 그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어떤 기성세대가 돼야 할까’를 고민했죠. 다음 세대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기성세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느끼는 사회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죠.”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지금껏 나온 남북 분단 소재의 영화 중 가장 과감한 발상을 다뤘다. 쿠데타로 치명상을 입은 북한의 권력 1호가 남한으로 피신해 내려오고, 한반도에는 절체절명의 핵전쟁 위기가 도래한다는 설정. 북핵 문제에 당면한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전개가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정우성이 극 중 연기한 인물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평양 사투리부터 완벽하게 숙지해야 했다. 북한말 개인교습을 받으며 관련 다큐멘터리까지 섭렵한 그는 촬영장에서도 내내 북한말 음성을 들으며 말투를 익혔다. “촬영 초반에는 스태프들이 ‘정우성은 원래 현장에서 말이 없구나’ 생각했을 거예요(웃음).”

액션신에서는 베테랑답게 상대배우를 리드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 암살요원 최명록 역의 조우진과의 격렬한 격투신은 그렇게 탄생했다. “액션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카메라 앞에 서면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거든요. 물론 우진씨가 잘해냈지만, 보다 순발력 있는 동작 연결을 위해선 제가 이끄는 역할을 해야 했죠.”

이 영화의 무거운 메시지가 관객에게 무리 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힘은 정우성과 곽도원의 찰떡같은 호흡에서 나온다. 극 중 엄철우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곽도원)와 협력해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잔잔한 웃음과 감동이 새어나온다.

전작 ‘아수라’(2016)에 이은 두 번째 만남.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는 상태였다. “별다른 리허설도 안했어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그 공기 안에서 툭툭 대사를 쳤던 것 같아요. 도원이와 호흡을 나누는 게 너무 편안했어요. 그 온도가 관객들에게도 느껴진 게 아닌가 싶네요.”

정우성은 최근 몇 년간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절친한 동료 이정재와 지난해 설립한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요새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체력적으로 지친 것 같다. 연기 외에도 워낙 일이 많으니까 혼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다가도 난민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어느 자리에서든 기회만 주어지면 이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난민들도 한류를 체험하고 있어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삼성 휴대폰과 현대 자동차를 알죠. 우리와 무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그런 도움을 되돌려주는 것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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