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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기독교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미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20대 중 3분의 1은 종교에 관심이 없다. 크리스천 청년의 59%가 20대에 교회를 떠난다. ‘종교가 모든 것을 죽인다’고 주장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공통사항이 된 셈이다.

새 책 ‘좋은 신앙’(CUP)은 미국의 공신력 있는 리서치기업인 바나그룹 대표 데이비드 키네먼과 기독교 강연그룹 Q의 대표 게이브 라이언스가 함께 썼다.

2007년 국내에도 소개됐던 ‘나쁜 그리스도인’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두 번째 프로젝트다. 전작에서는 교회를 향한 비신자들의 비판을 통해 기독교가 처한 현실을 드러냈다면, 이번엔 어떻게 복음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저자들은 4만여건의 전화·온라인 설문 결과를 인용,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기독교인이 ‘극단적’이고 ‘시의성’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바나그룹이 2015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미국인 가운데 55%가 “복음주의자(복음 전파를 중시하는 크리스천)들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전도에 힘쓰는 크리스천과 소통하는 것이 성소수자(52%)보다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특히 무신론자 중 66%가 복음주의자와 대화하기 꺼려진다고 답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이슬람 신도(63%)를 포함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면 기독교인은 어떤 이웃으로, 신앙인으로 남아야 할까.

저자들은 의외로 간단한 답을 내리고 있다. ‘좋은 신앙(Good Faith)’을 갖고 있으면 된다. 저자들은 우리가 실제로 충분히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일화를 예로 들어 설득력을 더한다.

가령 최근 한국에서도 큰 이슈로 떠오른 낙태·동성혼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렇다. 먼저 신앙 좋은 기독교인들은 생명을 처분 가능하도록 여기는 문화(낙태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를 배격해야 한다. 동시에 생명의 가치는 전인적(全人的)이므로 단순히 생명을 보호하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인 엄마들을 지원하고 그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회들이 도와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동성애 문제와 관련, 기독교인의 반성과 배려가 먼저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기독교인과 교회에 잔인한 동성애 혐오의 기질이 있음도 인정하고, 그런 혐오에 가담하지 않았다 해도 침묵을 지키지 않았는지 돌아보라고 촉구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수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언약의 결혼 안에서 남녀 사이에만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성경적 성윤리”라며 “나머지 모두는 독신이나 미혼으로 남아 성적 성향과 관계없이 성적으로 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들은 “기독교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반문화적이 되도록 부름받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나님 나라의 문화는 자체의 독특함이 있어 주류 문화에 어긋나거나 역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반문화적이 되려면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고, 시류에 저항하면서도 이견의 여지를 허용할 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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