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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해도 화관무, 평양 검무 … 이러다 사라지고 말겁니다”

하응백 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장은 11일 “무형문화재법이 지난해 제정돼 북한 무형문화재에 대한 전승지원금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가 손 놓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황해도 화관무, 평양 검무, 함경북도 두만강 뗏목놀이 소리…. 이 좋은 북한 무형문화재가 이러다간 멸실되고 말겁니다.”

북한 무형문화재에 대한 정부 지원 촉구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하응백(56) 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장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북5도 무형문화재 발전 방향에 대한 세미나와 공연에 앞서 그를 만났다. 하 소장이 설립한 이북5도무형문화재연합회가 주최한 행사다.

대구 태생인 그가 북한 무형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국악가사 해설집 ‘창악집성’(휴먼앤북스)을 펴내면서부터다. 문학평론가인 그는 시조 등에서 유래한 국악 가사에 심취했고 자연스레 국악인을 만나게 됐다. “그분들을 접하며 무형문화재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가지정 문화재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도지정 문화재가 있지만, 북한에서 전승돼온 무형문화재는 ‘낙동강 오리알’이더라고요.”

북한에선 주체사상 확립 이후 전통문화를 탄압해 그 원형은 오히려 남한에서 더 잘 보존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며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북한의 소리 춤 장인기술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북5도청은 1998년부터 자체적으로 함경북도 무형문화재 애원성 등 14개의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있다. 통상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전승지원금이 나오지만 이북5도청에는 예산이 없다보니 아무 의미를 갖지 못했다. 때문에 제자를 키우지 못한 채 고령의 기능보유자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전 세계 유일의 청자백자결자기술 보유자였던 최학천옹도 2015년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고 별세했다.

“이북5도청은 상징적인 단체에 불과합니다. 결국은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에서 예산을 마련해 전승지원금을 주도록 해야지요. 연 7억원이면 서울시가 하는 만큼의 지원이 가능한데도 그걸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이라는 거 빼곤 어떤 연관도 없는 그가 2012년부터 북한 무형문화재의 전승에 기울여온 노력은 눈물겹다. 이북5도무형문화재연합회를 결성해 초대 회장을 맡았고, 문화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세미나와 공연 행사를 연례적으로 열어 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연을 한 번하면 의상비도 못 건지는 판인데 그 연로하신 분들이 얼씨구하고 무대에 서요. 제자 키우고 싶은 소망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멸실되면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겁니다. 행안부는 그걸 알아야 돼요.”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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