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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가는 길’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엄마 사랑 [리뷰]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의 극 중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농아인 부부 보현(김은주)과 성락(서성광)에게는 금쪽같은 아들 원효(이로운)가 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제대로 키우기가 여의치 않다. 두 사람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데다 맞벌이까지 해야 하는 상황. 결국 아이를 시골에 있는 할머니에게 맡기기로 한다.

몸이 떨어져 있는 동안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다.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된 아이를 다시 서울로 데려오려 하지만 아이는 격렬히 거부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부모가 답답하고 창피해 피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부모는 포기할 수 없다. 마음이 닿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다가간다.

30일 개봉한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감독 최낙권·사진)은 코다(청각장애인 사이에 태어난 정상인 아이) 자녀를 둔 가정의 성장통을 그린다. 서로가 낯설고 어려웠던 엄마와 아이가 진심을 나누기까지, 영화는 섣부른 판단이나 과잉된 감정을 배제한 채 그들이 겪는 위기와 극복의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보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장애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들을 나열한다. 장난감 건전지를 갈아달라는 아이의 간단한 요구도 알아듣지 못하고, 열이 펄펄 끓는 아이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을 수도 없다. 중간 중간 음향이 전부 제거된 몇 초간의 장면이 삽입되는데, 그때마다 관객은 보현의 입장에 온전히 이입하게 된다.

전체적인 전개나 연출에 있어 다소 엉성함이 없지 않다. 그 빈틈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수화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촬영에 임한 김은주와 서성광은 남다른 표현력으로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아역 이로운은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더한다.

장애인을 전형적이거나 차별적인 시선으로 그리지 않은 점은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 제17회 장애인영화제 우수상 및 관객심사단상 수상작이다. 장애를 가진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놓인 우리 사회의 장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99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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