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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데미안 허스트 ‘나전공예 작품’ 또 사갔다

지난 9월 스위스 바젤 공예 아트페어에 출품된 황삼용 작가의 ‘조약돌’ 연작. 이 가운데 대형 2점을 데미안 허스트가 구입했다. 크로스포인트갤러리 제공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허스트
나전칠기 끊음질 기법의 ‘조약돌’
2015년 이어 올해도 2점 사들여
각각 1억2000만원과 7000만원
‘K-공예’ 한류 가능성 입증


2015년 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컬렉터 페어’. 행사를 주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관계자들에게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나전 장인’ 황삼용(57) 작가의 공예 작품 ‘조약돌’ 연작 2점을 슬그머니 사간 이가 영국 현대미술 거장 데미안 허스트(51)로 밝혀져서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년이 지난 9월 중순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첫 공예 아트페어 ‘트레조르 컨템퍼러리 2017’에서 황 작가의 같은 연작 2점이 또 허스트에게 팔린 것이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 및 미술계에 따르면 현대적 디자인을 입힌 전통 공예가 한국에서 홀대받는 사이 세계적 컬렉터에게서 주목받고 있다. 황 작가의 모던한 나전 작품이 허스트의 러브콜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스트는 1990년대 세계 미술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 주자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면서 슈퍼 컬렉터인 그가 한국의 전통 공예 작품에 눈길을 주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조약돌’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끊음질 기법’(자개를 가늘게 잘라 이어붙이는 기법)으로 제작됐다. 재료와 기법은 전통을 고수했지만 형식은 현대를 취했다. 나전 하면 상자 같은 가구를 떠올리는 틀을 깼다. 전통만으론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장인적 기술에 현대 디자인 개념을 접목시킨 것이다.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황 작가의 작품은 당시 현지에서 단박에 2점이 팔린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영국 스위스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총 17점이 팔렸다. 조약돌 연작은 줄곧 지름 60∼90㎝ 사이즈로 제작되다 성공 가능성에 고무돼 커졌다. 이번에 허스트에게 팔린 2점은 폭 1.8m, 1.6m로 덩치를 3배 키웠다. 가격도 각각 1억2000만원, 7000만원에 팔렸다. 고려 유물도 아닌 현대 공예작품이 1억원대 고액에 팔릴 수 있는 힘은 바로 디자인 변신에 있을 것이다.

황 작가의 작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아시아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구매해갔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미술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공예를 취급해온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K공예’의 한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입증한다”면서 “아직 정부 산하 번듯한 공예전문 박물관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강주화 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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