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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신태용호 두 달... “이러니 히딩크 원하지”

지난달 31일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선수들이 조금만 뛰어도 파일 정도로 상태가 부실했다. 하지만 이란도 같이 쓴 경기장임에도 신태용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0대 0으로 비긴 뒤 ‘잔디 탓’을 해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뉴시스


손흥민이 지난달 31일 열린 이란전에서 0대 0으로 비긴 채 경기가 끝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했다. 뉴시스


신 감독이 5일(현지시간)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대 0으로 비긴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가 2대 2로 비겨 한국이 어부지리로 본선에 오른 상황에서 헹가래를 받은 신 감독은 팬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뉴시스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직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복귀설이 불거져 한국 축구는 또 다른 논란에 빠져들었다. 뉴시스


‘신태용, 유효슈팅 0개, 관중함성, 헹가래’

한국축구계가 ‘히딩크 복귀설’로 홍역을 앓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국가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는 전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난타당하고 있다. 어찌보면 막무가내로 비칠 수 있는 팬들의 비판과 히딩크 구애에는 기대가 컸던 신태용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히딩크 복귀설을 야기시킨 지난 두달간의 대표팀 여정을 키워드로 살펴봤다.

신태용 ‘기대’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될 때만 해도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거론조차 안됐다. 남은 2경기를 무사히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팀을 잘 아는 한국인 감독이 적격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축구협회와 손발을 맞춘 신태용 감독이 결국 7월 4일 선임됐다. 팬들 역시 “이제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지켜봐주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신 감독의 공격축구와 소통능력은 답답한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유효슈팅 0개 ‘실망’

신 감독은 지난달 2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전보다 일찍 불러 훈련에 들어갔다. 같은 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과 이달 5일 치른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를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반 초반 이란 선수가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보였음에도 공격전술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무의미한 패스와 선수 교체 실기 등으로 홈에서 유효슈팅 0개, 무득점 무승부라는 참혹한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했다. 전임 감독때와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경기력에 팬들의 비판이 높아졌다.

잔디와 관중함성 탓 ‘허탈’

팬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은 졸전 이후 나온 선수·감독의 인터뷰다. 이란과의 경기 직후 손흥민은 “이런 잔디에서 경기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한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우리 선수들은 몸이 가벼워서 잘 넘어지는데 잔디가 좋지 않아 공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두둔했다. 졸전에 대한 반성과 남은 경기에 대한 다짐을 기대했던 팬들은 뜬금없는 홈그라운드 잔디탓에 황당해했다. 여기에 대표팀 주장 김영권은 “홈 관중들의 함성으로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다”고 언급, 응원해준 관중들을 맥빠지게 했다. 슈틸리케호에서조차 보지 못한 ‘남탓’ 타령에 팬심은 상당부분 돌아섰다.

헹가래 ‘분노’

지난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또다시 졸전 끝에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 그런데 경기 후 나온 퍼포먼스로 팬들의 인내심은 터지고야 말았다. 당시 대표팀 경기는 끝났지만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는 진행 중이었다. 더욱이 경기 막판에 시리아가 골을 넣어 극적인 2-2 동점을 만들었다. 시리아가 한 골만 더 넣으면 한국 대신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신 감독은 그러나 상대 경기가 진행 중일때 방송 인터뷰로 미리 진출소감을 말했다.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준 덕분입니다.” 창피한 경기력으로 본선진출을 해도 망신이라고 생각한 팬들은 신 감독의 인터뷰 시점뿐만 아니라 내용조차 어이없어 했다. 게다가 본선행이 확정되자마자 선수들은 감독을 헹가래 쳤다. 자력이 아닌 이란의 도움을 받아 어부지리로 본선에 올라갔다고 본 많은 팬들은 대표팀의 행동에 오만함을 느꼈다.

팬들의 사고·정서와 괴리되는 대표팀의 행태가 두달 내내 이어지자 결국 “더이상 이 팀을 봐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와중에 한 매체에서 “히딩크 감독, 한국 대표팀 관심 있다”라는 보도가 나왔다. 참았던 울분이 ‘히딩크 복귀 지지’를 통해 분출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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