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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당신의 마음 속 삐에로는 어떤 모습입니까 [리뷰]

지난 6일 개봉한 ‘그것’의 한 장면. 첫 날 관객 약 7만7000명을 동원한 영화는 ‘살인자의 기억법’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빗물에 종이배를 띄울 거라며 신이 나서 나간 동생이 사라졌다. 손수 종이배를 만들어준 형 빌(제이든 리버허)은 죄책감과 슬픔, 그리움에 사무치다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자신들을 ‘루저 클럽(Loser club)’이라 부르는 6명의 친구들이 기꺼이 그의 여정을 함께한다.

이들이 사는 마을의 이름은 ‘데리’. 음침한 공기를 가득 품고 있는 이곳에서는 유독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사건은 27년마다 몰리는데, 이는 ‘그것’이 나타나는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빨간 풍선을 든 광대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의 형상으로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그것. 그 사악한 기운은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서서히 옥죄어온다.

공포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이 1986년 출간한 소설 ‘그것’이 동명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135분을 채우는 고요하고도 강렬한 분위기는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공포감을 켜켜이 누적해나간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서사의 또 다른 한 축은 아이들의 용기와 성장에 있다.

일곱 명의 아이들은 각자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형태의 ‘그것’을 마주하게 된다. 예컨대 ‘삐에로 공포증’이 있는 리치(핀 울프하드)에게는 광대로, 천식을 앓는 에디(잭 딜런 그레이저)에게는 세균으로, 아빠에게 학대받은 베벌리(소피아 릴리스)에게는 아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개인의 상상력 혹은 내면에 기인한 극도의 공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굴복하지 않는다. 겁에 질린 서로의 손을 힘껏 잡아준다. 진한 우정으로 두려움에 맞서는 이들의 모습은 한껏 쪼그라든 관객의 심장에 뭉클한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공포와 웃음을 적절히 조합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솜씨가 훌륭하다. 풋풋한 첫사랑의 모습, 수다쟁이 리치의 천진한 대사들이 순간순간 미소를 자아낸다.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은 빈틈없이 빛난다. 괴기스런 광대 분장을 한 빌 스카스가드의 섬뜩한 표정과 웃음소리 또한 한동안 지우기 어렵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으나 좀처럼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상영관을 나오는 순간 뻐근해진 어깨를 두드리게 될 것이다.

말미에 후속편이 예고되는데, 27년 뒤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내용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더하자면, 이 영화 촬영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맡았다. ‘스토커’ ‘블러바드’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다.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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