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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탓” “함성탓”… 성난 팬심에 기름부은 말말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에 빨간불이 켜진 태극전사들이 ‘팬심’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란전 무승부의 원인을 ‘잔디 탓’과 ‘관중 탓’으로 돌린 일부 선수들의 인터뷰로 팬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31일 이란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긴 뒤 일제히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드리블 돌파 때 잔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주축 공격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손흥민은 “잔디상태가 나빠 마음대로 드리블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잔디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황희찬은 “드리블을 할 때 잔디가 버텨주면 힘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데 미끄러졌다”고 아쉬워했다. 신태용 감독도 “우리 선수들은 몸이 가벼워서 잘 넘어지고 공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다. 잔디가 좋았다면 조금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날 잔디 상태가 나빴던 건 사실이다. 잔디는 선수들이 밟자마자 푹푹 파이고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이란도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한 점에 비춰 선수들의 지적은 전형적인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더구나 원정팀보다 경기장 적응 시간과 여력이 훨씬 많은 홈팀이 잔디 문제를 지적하는 것 자체가 치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대표팀 주장 김영권은 ‘실언’으로 불난 팬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훈련하며 세부적인 전술을 맞췄는데 관중들의 함성이 커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마치 관중이 너무 많이 와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식의 책임전가로 비친다. 팬들은 “무관중 침묵 속에서 홈경기를 해봐야 한다”며 김영권의 발언을 꼬집었다.

김영권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기 전 “국민들이 와서 응원하신 것에 대해 나쁜 마음을 가진 게 아니다”며 “제 발언에 화가 나셨다면 죄송하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꼭 따올테니 다시 한 번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

박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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