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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이재호] 혁신과 벤처캐피털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보기술(IT) 산업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들이라는 것 외에 각 업체들 공히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일찌감치 발견한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냈고, 주식시장 상장 이후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고 수많은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꿈과 도전의식을 심어 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지만 신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자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미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관심은 첨단기술 자체라기보다는 그 기술과 관련 아이디어가 창출하는 미래의 시장 규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은 시장성 있는 기술을 선별해 투자를 감행하고, 기존의 투자경험을 통해 축적해 온 전문지식과 능력을 활용해 벤처기업이 시장친화적인 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경제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은 혁신이 진행 중인 성장산업의 선도기업들에 투자를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이런 업체들이 산업의 시장선점자 우위를 누릴 가능성이 크며, 이미 성숙한 산업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는 기업보다 고수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벤처캐피털의 투자동향은 국가경제 및 첨단산업의 발전방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캐피털 산업은 2000년대 초반 IT 붐에 편승해 급격히 성장하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버블이 붕괴하면서 투자규모가 크게 위축됐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 육성정책 그리고 최근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벤처붐에 힘입어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모태펀드의 적극적인 출자에 따라 벤처캐피털이 운영하는 벤처투자조합의 결성금액이 급증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벤처캐피털 산업의 발전에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기업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의 중요한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아직 많다.

우선 창업 초기부터 투자와 경영참여를 통해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벤처캐피털에 비해, 한국의 벤처캐피털은 사업아이템이 구체화되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창업 중·후기 벤처기업에 투자해 상장을 통한 단기수익 실현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벤처투자조합 결성액을 소진하고 투자금 회수까지의 시간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 한국의 벤처캐피털로 하여금 짧은 시간에 자금 회수가 가능한 확장단계의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게 하는 유인을 갖게 한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 조합들은 펀드운용 리스크, 일반펀드보다 높은 관리보수율 등의 이유로 인해 공공자금이 출자되는 경우가 많은데, 민간투자자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벤처펀드 운용사들의 기대이익을 높여 주고, 공공 부문의 출자지분 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하다.

또한 인수합병, 주식시장 상장 등 벤처캐피털 투자의 회수 시장이 다변화돼 있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코스닥 상장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벤처캐피털들이 다양한 경로로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회수 시장 시스템의 구축이 벤처캐피털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혁신활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일에 한 국가의 벤처캐피털 역량은 중요하다. 벤처캐피털을 육성하고 투자 및 회수를 통한 벤처캐피털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데에 새로 출범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이 큰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호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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