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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비정형 광우병 발생, 서둘렀던 농식품부 대응 美육류협 입장 친절히 반영

미국의 다섯 번째 비정형 광우병 발생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은 2012년 브라질과 2015년 캐나다의 비정형 광우병 대응과는 대조적이다.국민일보DB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라바마주의 11년 된 암소 1마리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EE, 광우병)이 발견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이하 농식품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19일 첫 조치는 다름 아닌 보도자료 발표였다. ‘미국 소에서 소해면상뇌증(BSE) 발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강화 등 조치 추진’ 제목의 보도자료와 대책발표는 미 농무부에서 받은 보도자료 한장을 가지고 작성됐다.

농식품부는 비정형 광우병을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정형 BSE와는 달리 고령의 소에서 매우 드물게 자연 발생하는 것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검역강화 조치로 현물검사 비율을 30%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비정형 광우병이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는 설명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비정형 BSE는 사료와는 관계가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현물검사 30%로 강화한 후 지켜보자는 ‘대책’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주재해 열린 관계기관 대책회의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도출됐다. 김 장관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대응이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단 “비정형 광우병이 매우 드물게 나이든 소에게서 발견된다”는 농식품부의 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 유럽의 정형·비정형 광우병 발생 조사 결과(2001∼2004)는 이미 건강한 소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됐음을 보고한 바 있다.

“비정형 광우병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며 사료와는 관련이 없다”는 단정적인 발표는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자연발생적’이란 환경과 사료의 영향을 포함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우 교수는 “OIE가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도를 밝힌 것은 정형 광우병과 비교해 역학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정형 및 비정형 광우병 모두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특히 유럽식품안전청과 일본 당국은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확립될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최근 정형 광우병이 준 대신 비정형 광우병이 느는 추세라 비정형 광우병의 경각심은 대단히 높다.

김영록 장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란 현물검사를 강화가 전부다. 현물검사는 육안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육안으로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 감염은 찾아내기 어렵다. 비정형 광우병은 건장한 소에서도 다수 검출되고 잠복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외형만으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역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의 광우병 발표와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한 정부의 대응은 적절한 걸까? 2012년 브라질과 2015년 캐나다의 비정형 광우병 발생 시 정부가 즉각 수입 중단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석균 실장은 “왜 정부가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북미육류협회의 입장을 차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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