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복음적 낙관주의

한국교회의 양대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지난 12일 통합을 위한 선언을 전격 발표했다. 양 기관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관 등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모임에선 다음 달 9일 대통령 선거 전에 통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시한을 못 박지 않아도 양 기관을 대표하는 통합추진위원들이 거룩한 부담을 갖고 협의 테이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이룬다면 최고의 선물이 될 듯싶다.

안타까운 것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에 비관적 시각이 교계에 여전하다는 점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것은 의외다.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난해 7월 이후 이 같은 비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통합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왔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그동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과 관련된 뉴스를 비중 있게 보도해 왔다. 통합의 당위성도 강조해 왔다. 통합은 무조건적 선이고 분열은 절대 악이어서가 아니다. 이유 있는 분열, 선한 분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은 신학이나 신앙이 달라서 분열된 게 아니다.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일부 지도부의 전횡이 발단이었고 이는 모두 해소된 상태다. 이제 하나 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의심과 불신도 그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양대 기관 대표회장이 통합 의지를 밝혀도, 주요 교단장들이 통합을 추동하고 나서도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희망적인 뉴스가 나와도 냉소와 자조, 경멸로 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긍정적 보도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해 편파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려면 베이스캠프부터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고도를 높여가며 캠프1 캠프2 캠프3 등 전진캠프를 차례로 만들어가다 최종적으로 정상 공격에 나선다. 이 중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고 정상 등정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캠프3까지 만들어놓고 정상 공격에 나섰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정상을 10m 남겨놓고도 실패할 수 있다고만 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다. 비관주의에 빠져 있다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현재 어디까지 와 있고 앞으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아는 것과 비관주의는 전혀 다르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비관주의에 물든 이는 포기와 좌절, 실패와 절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낙관적인 이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에는 통합에 부정적인 요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저울의 무게추는 서서히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왔다. 이제 남은 길을 마저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소망과 격려, 지지와 응원이다.
 
그리스도인은 절망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이들이다. 언더우드는 1885년 부활절에 이 땅에 내리며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구한말의 암흑기에도, 일제 강점기에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소망을 품고 미래를 낙관한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 이는 맹목적 낙관주의가 아닌 복음적 낙관주의다. 한국교회가 극도로 분열됐을 때도 하나 됨을 의심치 않던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고 회고할 날도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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