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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독교냐, 그리스도교냐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작성한 이래 50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다시 개혁의 기치를 내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500년 전에 중세 가톨릭과 온 유럽사회가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의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도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종교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하지만 시작은 역시 교회가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시작되어야 할 개혁의 첫걸음으로 한 가지 실천사항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기독과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의 대상으로 하는 종교를 가리켜 우리는 기독교나 그리스도교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Christianity’라고 합니다. 기독교와 그리스도교는 같은 단어이고, 기독이 곧 그리스도입니다. 그러나 헬라어 원어 발음(크리스토스)에 근접한 단어인 그리스도에 비해 기독은 흐릿하게 다가옵니다. 반면 그리스도교라고 부를 때는 우리가 믿는 대상과 종교의 의미가 명확하게 들어옵니다. 예수가 곧 세상을 구원하시는 그리스도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독이라는 단어에 대해 새롭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가차(假借) 문자입니다. 가차 문자는 주로 외래어를 한자어로 표기할 때 사용합니다. 가령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로, 도이칠란트를 독일(獨逸)로 표기하는 것처럼 글자의 소리만 빌려올 뿐, 빌려온 글자의 원뜻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독(基督)이라고 할 때의 기(基, 터)와 독(督, 살펴보다)에서 우리가 믿는 신앙의 대상에 대한 깊은 뜻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 Christ 혹은 크리스토스가 기독으로 변형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 단어를 사용한 건 아닙니다. 처음에 사용한 단어는 기리사독(其理斯犢), 즉 ‘기리스도’로서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라 부를 때의 발음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운데 부분인 ‘리스’(理斯)를 지우고, ‘기도’(其犢)로 불렀으며, 이를 다시 기독(基督)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기독(基督)을 ‘지두’라고 발음합니다.
 
기독이나 그리스도나 무슨 상관이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믿음의 대상을 정확하게 생각하며 불러야 하는데, 기독은 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 적을 때에는 기독(基督)이라 하지만, 막상 읽을 때는 키리스토(キリスト)라 발음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기독이라 쓰고 그리스도라 읽자는 것은 아닙니다. 원 발음과 비슷한 단어 ‘그리스도’를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과 하나가 됩니다. “아버지께서 죽은 자들을 일으켜 살리심 같이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살리느니라.”(요 5:21) 아들이신 그분이 죽으심으로 우리가 살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본받아 우리 또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또한 십자가에 달려야 하는 것은 이웃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내가 죽어야 남이 삽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우리가 십자가에 달려 죽지 아니한다면, 이 세상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것입니다.
 
1000만 그리스도인이여, 개혁 500주년을 맞아 변화의 첫 걸음으로 더 이상 기독교라 부르지 말고 그리스도교라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주님을 믿는 자라면, 누구든지 “예수는 그리스도시다”라고 힘써 불러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우리의 주님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높이고, 그분을 더욱 닮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기독교를 접고 그리스도교라 부릅시다. 우리가 믿는 분은 세상을 구원하신 메시아, 즉 그리스도(크리스토스)이십니다.
 

김철환 목사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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