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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이경원] 그들은 계속 이기고 싶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유만균은 17일 동메달이 결정된 순간 펑펑 울었다. 그저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라 해석하면 곤란하다. 그는 “나도 선수이다 보니 시합에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유만균의 후배 이재웅이 골문을 지켰다. 대표팀 생활 내내 본인을 괴롭혔던 팀인 이탈리아와의 악연을 스스로 끊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오래 갈 것이다.

평창패럴림픽을 조명하는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낱말은 ‘감동’ ‘눈물’ ‘극복’ 따위다. 정작 선수들은 ‘승리’ ‘열정’을 말한다. 언론이 무의식적으로 ‘장애인 선수’ 중 ‘장애’에 방점을 찍을 때, 패럴림픽 선수들이 생각하는 정체성은 ‘선수’에 있다. 그들은 뭉클한 사연의 주인공이기보다 그저 승부사이고자 했다.

‘이만하면 잘했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는 선수들의 분한 마음에 부딪혀 놀라곤 했다. 신의현은 동메달을 딴 뒤에 “열 받는다”고 말했다. 사격 실수를 떠올리고, 이를 갈며 잠들었다고 한다. 휠체어컬링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백종철 감독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끝내 눈물을 비쳤다. “여기까지만도 감사합니다”는 그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

분한 마음 뒤의 눈물엔 이유가 있다. 고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은 그나마 전지훈련과 코칭스태프를 제대로 지원받은 대회였다. 선수들은 ‘보답해야 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대회가 진행되며 이 마음은 조금씩 불안감으로 변해 갔다. 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 관계자는 “평창이 끝나면 모든 게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감동을 받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평소에는 사실 저변이랄 것도 없는 장애인 체육이다. ‘오벤저스’는 수영장 물을 얼려 휠체어컬링을 연습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하는 국내 실업팀은 1곳이다. 이것을 미담으로 포장할 것인가, ‘이만하면 잘했지’ 할 것인가. 따스한 관심은 어쩌면 패럴림픽의 치열한 승부 도중엔 필요 없었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이다.

이경원 스포츠레저부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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