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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사랑으로 하나 되겠습니다



겨울 한파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고 가난한 이웃의 고단한 겨우살이가 걱정스러웠던 지난 11일,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하는 ‘나부터 이웃사랑’ 캠페인이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교단장들이 자원봉사 점퍼를 입고 딸랑딸랑 자선냄비의 종을 울렸습니다. 이날 성공회로부터 시작한 종소리는 루터교 대한기독교감리회 예장대신 예장합동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예장고신 예장통합 등의 교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민일보, CBS, 대한간호사협회, G&M글로벌재단 등이 돌아가며 하루씩 이어갔습니다.

가짜 자선냄비까지 등장해 어느 해보다 길거리 모금 활동이 위축됐던 구세군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교회가 자선냄비의 이웃사랑 대열에 참여해 준 것이 더없이 고마웠다고 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한국교회 이웃사랑 정신의 상징임을 격려하며, 구세군의 뒤를 받쳐주는 한국교회의 큰 언덕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선냄비 모금 활동에 참가한 교단과 기관의 자원봉사자들이 전해준 소감은 더욱 뜨거웠습니다.

“한 시간 동안 제자리에 서서 종을 흔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길 가다 자선냄비를 보면 다가가서 인사하거나 따뜻한 커피를 사서 건네게 됐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걸 보며 우리가 이렇게 각박하게 살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어요.”

“광화문 네거리는 수많은 목소리가 넘쳐나는 곳이지요. 모두 나름의 간절한 마음을 추운 거리에서 표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그 목소리를 위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종소리만큼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탄절을 앞둔 23일 저는 아내와 사랑의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수줍게 동전을 넣고 도망가려는 어린이를 불러 안아주었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당부하는 말도 전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 12월의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를 들으며 이웃사랑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 종소리는 저에게 ‘세상은 서로 나누며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종소리는 우리가 사는 동안 끊임없이 울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을 이야기하면서도 한국구세군이 지난 89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찬바람을 맞으며 수고한 일에 대해 제대로 감사를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들은 각자가 제자리에서 제 본분을 다하면서 힘을 모아 하나님의 아름다운 집을 지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서로의 처지를 역지사지할 때 비로소 감사하고 인정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에큐메니컬 정신의 기초겠지요. 이런 깨달음과 실천의 연대가 시작된 것이 올 한 해 동안 전개한 ‘나부터 캠페인’의 열매 중 하나일 것입니다. 두 주간 동안 길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사랑의 연대를 이룬 모든 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변창배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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