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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교활동과 영수증



종교활동과 영수증, 참 어색한 조합이다.

종교인소득 과세대상 항목을 놓고 많이 혼란스럽다.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을 보면 근로소득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모양을 취하면서도 ‘실제비용의 정산’이라는 단어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 말 뜻을 추정해 보면,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받은 금액 중 종교활동에 지출된 것으로 증빙에 의해 확인되는 금액만 빼고 모두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말이 참 어렵다. 종교활동이 어떤 활동을 말하는지 그 규정이 모호하고 헷갈린다. ‘증빙’도 어떤 종류를 말하는지 규정이 없어 난감하다. 과세당국은 종교활동 및 증빙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싶을 것이고, 종교인은 넓게 잡고 싶을 것이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이 간다. 이 지점이 조세마찰의 도화선 내지는 인계철선이 될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종교인이 아닌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는, 종교활동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구제 봉사 선교 교화 등이다. 이는 종교인이 사회 저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낮은 모습이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높은 모습이고, 조그마하나마 물질적 도움을 주는 거룩한 모습이다. 모습이 이러하기에,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로 삼을 요량이니까 영수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참으로 어색한 모습임도 사실이다.

과세당국은 설령 그렇다 해도 영수증이 없는 부분은 입증이 안 되므로 세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반대로 종교인의 입장은 영수증을 요구하기도, 세금을 물기도 민망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증빙은 어떤 증빙을 준비해야 하는지 과세당국의 구체적인 기준제시가 없으니 현행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증빙관련 규정 중에서 종교인소득에 적용할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소득세법 제160조의2는 사업소득금액 또는 기타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지출에 관한 증빙서류를 받아 5년간 보관해야 한다면서, 사업소득의 경우에는 적격증빙(계산서 세금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 현금영수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타소득(종교인 소득)의 경우 별다른 언급이 없다. 법인세법 제116조의 규정도 마찬가지다.

종교인 소득은 사업소득이나 법인소득이 아니어서 적격증빙을 요구할 수도 없는 셈이다. 재화·용역의 구입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어서 적격증빙을 갖출 수도 없다.

그렇다면 종교인 소득에 적용할 증빙규정을 별도로 만들지 않은 이상 적격증빙이 아닌 일반적인 메모장, 일기장, 지출결의서 등 정황증거(방증자료)만으로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세금문제를 접해본 적이 없는 종교인들이 안심하고 세정에 협조하기엔 불안한 점이 많다. 과세당국의 이런 미세하지만 꼭 필요한 증빙서류 규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모습, 납세협력비용이 최소화 되도록 배려하는 모습들이 종교인 과세 연착륙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납세협력비용 최소화 측면에서 종교인 과세 규정이 고쳐졌으면 하는 부분이 많다. 이는 일단 시행하면서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보면 과세당국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할 바엔, 선시행 후보완 보다는 선보완 후시행으로 방향을 바꿔 혼란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만사 불여튼튼의 모습일 것이다.

종교인 과세 선시행 후보완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20여년에 걸쳐서 보완하고 또 보완하고 그래도 못미더워 지역별로 실시지역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전세제도(田稅制度)를 완성한 세종대왕은 선보완 후시행의 대표적 인물이 아닌가 싶다.

이석규 한국교회법학회 감사 겸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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