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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노석철] 中도 비웃는 ‘사드 자중지란’



‘차단벽 설치 요구’ 보도에
군사전문가 “유치한 발상”


지난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 전후로 중국이 사드(THAAD)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다시 양국 간 쟁점으로 부각될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중국의 무리한 요구에 우리 정부가 저자세 굴욕외교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뜯어보면 추측과 전망에 불과한 내용이 사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확산되고, 중국 측의 말 한마디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진 측면도 없지 않다.

중국이 사드 관련 기술적 설명, 성주 기지 현장조사, 사드 차단벽 설치 등 3가지를 한국 에 요구했다는 의혹은 중국 전문가가 ‘아주 유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중국 미사일 전문가 양청쥔은 26일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조치는 아무런 실용성이 없다”면서 “한국 매체의 보도는 없는 사실을 날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단벽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쉽게 바꿀 수 있어 근본적 보장 조치가 안 된다. 중국이 이런 유치한 제안을 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사드의 주변국 감시 수준을 낮추고 중국을 정찰대상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현실적 요구를 제안했다.

차단벽 설치 요구는 사실무근이라는 우리 외교부 해명을 중국 매체가 확실하게 정리해준 셈이다. 환구시보는 지난 23일자 사설에서 ‘삼불일한(三不一限)’ 표현을 쓰며 “사드의 사용 제한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자사 보도와 배치되는 인터뷰를 전하며 한국에 병주고 약까지 준 것이다.

사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우려되지만 그 외 상황에선 달라진 게 많지 않다.

우선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양측은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있어 공통인식에 도달했다”면서 ‘단계적 처리’라는 말을 꺼내 ‘사드 합의 번복’ 논란이 빚어졌지만 청와대는 ‘단계적 처리는 현 단계에서 사드 논란은 일단락됐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반박이 없는 걸로 미뤄 해명이 맞는 듯하다.

또 왕 부장이 회담에서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는다는 ‘3불(不)’을 거론하며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하다. 중국은 당초 강 장관의 3불 발언을 ‘약속’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입장 표명’이란 용어로 바꿨고 왕 부장도 그 용어를 쓴 것이다.

일각에서 왕 부장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적 연계와 실무 협력 강화’를 거론한 것을 두고 ‘3불+알파(α)’를 요구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거의 모든 이웃 나라에 협조를 구하는 의제다. 아울러 한·중 군사 당국 간 협의도 기존 사드 합의에 포함된 내용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우리는 사드가 ‘봉인’ 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중국도 10·31 사드 합의를 깨기는 어렵기 때문에 큰 흐름을 보고 긴 호흡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철 베이징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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