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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연탄에 배워서 ‘고위층’이 됩시다



날이 추워지면서 연탄을 가득 실은 차량이 고지대 달동네를 부지런히 오갑니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참 정겹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20여년간 밥과 연탄 등을 나누면서 연탄처럼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이타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시커먼 연탄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장당 무게가 3.65㎏이나 되고, 불이 붙으면 최고 800도까지 올라가 엄동설한에도 방안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합니다. 연탄불로 밥을 하고 물을 데워 세수는 물론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하며 연로하신 어른들은 큰 대야에 물을 담아 목욕까지 합니다. 함박눈 내리는 날 연탄재에 눈을 묻혀 굴리면 눈사람이 되고, 미끄러운 길에 다 탄 재를 깔면 연탄길이 됩니다. 더욱이 요즘같이 살림살이가 빠듯하고 어려운 때에 하루에 연탄 4∼5장만 있으면 방안이 따뜻하니 효자노릇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연탄을 장당 100원씩 인상해 700∼800원이 된다니 정부 정책이야 어떻든, 없는 사람들 생각에 비애감이 듭니다. 연탄은행에서 4개월간 전국연탄가구조사를 해보니 13만464가구 중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었습니다. 또 75세 이상 고령층에 월 소득 24만원 미만자가 많았습니다. 각종 질병과 노인성질환에 시달려 의료비와 난방비가 월 소득의 70%나 차지합니다. 그러다보니 단돈 100원이 아쉽고 연탄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면 냉방에서 지내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두 모녀가 쓰러져가는 집에서 연탄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가정을 위해 사랑의 연탄을 지게에 지고 광화문을 지나간 적도 있습니다. 이만큼 우리 사회엔 양극화와 빈곤의 고착화로 고통받는 이웃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부터 근검절약하고 사랑의 연탄후원금도 더 높여서 이웃을 돕고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나아가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누기 운동을 통해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열정을 쏟겠다는 기도도 드려봅니다.

정말 날은 추워오고 수은주는 영하 8∼9도 밑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포항엔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집에 있던 연탄도 다 무너져 내려 고통 겪는 분들의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러한 때 나부터 커피 한잔이라도 아끼고 마음과 성금을 모아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사랑의 연탄봉사가 확산되면서 요즘 연탄봉사를 하지 않으면 고위층(高位層)이 아니라는 재미난 말이 회자된다고 합니다. 연탄은행을 처음 설립한 사람으로서 보람도 있지만, 이 말의 진의는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 공공기관 등은 이웃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된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배려란 도와주고 살펴주는 마음 혹은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정한 고위층이란 고통받는 이웃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층, 바로 그 사람이 고위층이 아닐까 합니다. 연탄 같은 따뜻한 마음과 이타정신으로 고위층(高位層)이 아닌 고위층(苦慰層)이 되어야겠다는 도전을 재차 해봅니다.

허기복 목사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섬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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