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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교인소득 세부 과세기준안 왜 문제인가



과세 당국은 지난달 종단별로 세부 과세기준안을 만들어 배포했다. 기준안에 따르면 생활비 사례비 목회비 등 30여 항목이 예시돼 있고, 항목별로 과세·비과세·과세제외 대상 여부를 열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종교계 반발이 거세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항목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며 과세 수단을 통해 종교탄압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반면 과세당국은 “실제 지급이 없는 항목은 과세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염려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과세대상 소득을 법령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특정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방식으로, 이는 열거되지 않은 것은 과세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과세대상이 되는 것만 열거하는 방식인데, 이는 비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종교인소득 과세제도는 두 번째 방법 즉, 비과세대상을 열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좀 더 살펴보면 현행 법령상 열거된 비과세소득은 학자금, 식사 또는 식사대, 실비 변상적 성질의 지급액, 출산 및 보육비 및 사택을 제공받아 얻는 이익 등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세부 과세기준안의 비과세항목을 보면 종교인 본인에 대한 학자금, 차량유지비(월 20만원 이하), 출산이나 6세 이하의 보육지원비(월 10만원 이하), 종교단체가 직접 소유 또는 임차해 제공하는 사택지원비, 식사 또는 식사대(월 10만원 이하) 및 현물식사의 경우만 비과세로 분류하고 있다. 나머지는 전부 과세 또는 과세 제외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세부 과세기준안에 대한 과세당국의 입장은 세법상 열거된 비과세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과세대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예외적으로 종교단체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확인(증빙)되는 금액만 과세에서 제외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논리라면 앞으로도 새로운 지출항목이 문제되는 경우 비과세보다는 과세대상 항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비과세대상은 명확한 열거 규정인 반면 과세대상은 포괄 규정이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당초 종교인 과세의 입법취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 법을 법령화할 당시에는 종교인이 그가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생활비(사례비)에 대해서만 과세하도록 했다. 이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방법, 즉 과세대상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법령을 바꿔보자. 구체적으로는 종교단체의 정관 또는 정관의 위임을 받은 회계처리지침 등 종교단체 내부 규약으로 지출항목별 금액을 교단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 그 승인받은 금액 가운데 종교인의 생활비(사례비)에 해당하는 항목만 과세하는 것이다.

종교인소득 과세 제도 연착륙을 위해 종교단체의 노력도 중요하다. 목회비 등 종교를 위해 사용되는 항목의 금액은 종교단체 명의의 별도 통장으로 이체한 다음 그 통장에서 목회비 등을 지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담임목사 등 종교인의 개인통장으로 이체하면 혼란과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종교인과세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고 종교단체의 재정 투명화를 위한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 될 수 있다.

이석규 한국교회법학회 감사 겸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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