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청사초롱-곽금주] 점점 잔인해지는 10대 폭력



얼마 전 일어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10대 여자 가해자들의 폭행 정도가 잔인했다. 가해자는 당시 피해자가 피범벅이 된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을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를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농담하고 심지어 자랑까지 했다. 그 모습 어디에서도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전국 각 지역에서 학교폭력 사건들이 도미노처럼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비행이나 폭력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늘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그 시기마다 어린 청소년들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을까 놀라워했다. 수위는 계속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회의 폭력 수준이 높아갈수록 그들의 수위 또한 높아가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성인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 느낀 대로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절제하고 통제하는 힘이 성인보다 약하기 때문에 그대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10대 폭력의 원인은 청소년 시기의 심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 비교적 얌전했던 학생이 갑자기 폭력성을 보이면서, 그다지 심하지 않았던 폭력이 이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자기개념이 완성되지 않아 자신을 찾으려는 과도기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시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면서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생긴다. 폭력을 쓰고 나니 다들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커진다. 자신을 특별하게 취급해주는 것에서 비롯되는 영웅심리다. 순응하고 받아들이기보다 반발하는 것이 더 멋져 보이는 거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폭력을 하고 났을 때 스스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런 행동을 한 용기에 대해 주변 친구들이 멋지다고 평가하면서 인정해주기도 한다. 특히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라는 굴레로 인해 성적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상황에 있다. 그러다 보니 성적 말고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서열을 원하게 된다. 자신도 굉장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다른 서열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스스로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도록 작동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에 가해 학생들은 높은 자존감과 강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또래 아이들과 교사에게서 뭔가 답답하고 멋진 점은 전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폭력이 많다. 폭력이 일어날 때 가해자 수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들이 더 옳은 거고, 피해를 받는 저 한 명이 이상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폭력의 원인이 바로 피해 받는 학생에게 있고 가해하는 많은 우리는 정당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집단폭력 가해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거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후 이들은 또 폭력을 하기 쉬워진다. 어린 시기의 폭력 은 성인 폭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또한 어릴 때 피해를 받은 학생들은 그 고통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또래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한다면 마음과 몸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게 되겠는가. 그래서 한 번 왕따는 영원한 왕따이기도 하다. 청소년기 왕따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왕따를 받게 된다. 그래서 청소년기 폭력 현상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다 피해자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성인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10대들의 폭력, 심각한 사회문제다. 사건이 있을 때만 잠시 관심 가질 문제가 정말로 아니다. 지금 이 시기에 장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미래에는 더욱 잔인한 10대 폭력이 계속될 것이다.

곽금주(서울대 교수·심리학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