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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받은 사랑대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산골과 시골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대여섯 명의 또래 친구들과 십대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동네, 학교, 교회 친구로 거의 같은 경험을 공유했고, 모두 신학을 공부해서 목회자가 됐습니다. 우리에게 목회자의 꿈을 꾸게 하고 그 길로 가게 하신 전도사님의 섬김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리는 토요일 저녁마다 교회 사택에 모여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전도사님은 그야말로 열정을 다해 요리문답을 가르치고 성경을 읽고 암송하고 문제를 내어 점검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학교 공부보다 성경 공부에 더욱 흥미를 붙였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전도사님은 모임이 끝나면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셔서 언제나 그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전도사님은 결코 명령하지 않았고,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는 법도 없었습니다. 늘 표정은 온화했고, 질문하면 성의껏 대답해주었습니다. 전도사님의 언어와 표정과 행동은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었습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되는 전도사님 모습이 있습니다. 중학생일 때 처음 신구약 성경 한 권을 갖게 됐습니다. 하도 귀하게 여겨 성경을 찾을 때면 손이 떨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에게 전도사님은 “노진아, 성경은 귀한 책이니까 지금처럼 그렇게 조심조심 천천히 찾으면 된다. 손에 침을 바르지 말고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겠지?”라고 하셨습니다. 성경을 대하는 저의 태도는 그때 결정됐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친구가 눈에 티끌이 들어가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우리 마을은 시골이라 병원도 없었는데 누군가 전도사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달려오신 전도사님은 “아무개야 눈을 비비면 안 된다”고 하면서 친구를 당신의 무릎에 뉘이시더니 당신의 혀로 친구의 눈을 핥아 날카로운 티끌을 빼내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고, 우리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전도사님께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전도사님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려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하도 만류하는 바람에 결국 교회에 남았습니다. 장로가 되어 교회와 마을을 섬기다 연로하시자 자식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우리는 목회자란 저런 분이구나,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어리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며 우리의 자존감을 세워주시고, 큰일에 도전하도록 격려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삶으로 배웠습니다.

섬김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고맙고 감사한 분입니다. 동시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제자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지며, 숨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다짐해봅니다. 전도사님처럼 섬기겠습니다. 나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살아가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박노진 목사(대구 온세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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