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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나부터 용서해 하나 되겠습니다



‘나로부터의 변화’를 이끄는 성찰과 변혁의 과정은 자신을 용서하는 지점에서부터 비로소 출발할 수 있습니다. 깊고 어두운 욕망의 동굴에 갇힌 채 상처 입고 고통당하며 신음하는 자신을 성령의 내적 조명과 그 하나님의 은총의 빛 아래 새롭게 발견하고 아프게 그러나 기꺼움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탐욕의 덫에 걸린 채 육체의 소욕의 노예가 돼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며 갈등의 가시밭 덩굴 속을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이끌어 내야 합니다.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숭배와 주술과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 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갈 5:19∼21)의 자리에 내던져진 채 육체의 일에 분주했던 길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자신의 생의 길 위에 남겨진 흔적들과 그 안에 감춰진 모든 욕망의 비밀과 동기들을 하나하나 들춰내며 하나님의 은총의 빛 아래로 걸어 나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의와 자기 연민의 허울이 벗겨지고 자신의 모습을 가린 위선과 거짓의 가면들이 내동댕이쳐지며 상처투성이에 악취가 진동하는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이를 미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깊고 아픈 사랑으로 대면해야 합니다. 나에게서부터 다시 출발하지 못하면 그 어디에서도 변화는 시작되지 않으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나로부터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용서 받고 용서하기 위해서도 먼저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더 진실하게 너를 사랑하지 못한 나, 최선의 것으로 너와 나누지 못한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부정을 넘어 더 깊이 너를 긍정하지 못한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차이를 넘어 너에게 더 많이 배우지 못한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너에게 미처 잘못을 고백하지 못한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그리고 끝내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나까지 용서해야 합니다. 나를 용서하는 과정은 너를 용서하는 과정과 내밀하게 중첩됩니다. 나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너에 대한 용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변화가 맺는 열매가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 5:22∼23)라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이 용서를 통해 결국 하나 되고 화합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종교개혁가들은 ‘나로부터의 변화’가 어떻게 교회와 사회를 향한 변혁의 과정을 이끌어 갔는가를 보여줍니다.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권에 노출된 변혁의 과제는 오늘 한국교회를 향해 ‘나로부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욕망의 동굴에 스스로를 가둔 채 깊고 어두운 탐욕의 미로를 헤매는 회 칠한 무덤과도 같은 나와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뒤틀린 시공에 ‘나로부터의 변화’를 촉발하는 하나님의 은총의 빛 한줄기가 바람과 같이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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