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코로나 기간 '불신' 급증ⵈ 교계단체 사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는 29일 "한국 교회가 오늘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주된 세력으로 인식되는 참담한 현실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죄했다.<사진=연합>


 
이단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선교단체인 인터콥에 이어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까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하자 교계 연합기관과 시민단체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계 여론조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회를 '매우 또는 약간 신뢰한다' 응답은 21%에 불과했지만 '별로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76%나 됐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에는 같은 질문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이 32%였는데, 1년 만에 11%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신뢰한다'는 응답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으로 나눠 보면 개신교인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70%였으나 비개신교인은 9% 밖에 안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이 교회발 감염에 대해 과장되게 인식하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조사 대상자에게 코로나19 확진자 중 교회발 감염 비율이 몇 %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감염자의 44% 정도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질병관리청이 밝힌 확진자의 감염원에 대한 자료를 보면 교회발 확진자 비율은 전체의 11%에 그쳤다. 실제보다 4배 정도나 많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목회테이터연구소는 "실제와 무려 4배가량 과장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언론 대책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가 공익을 위해 종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86%가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8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교회 생태계 지형 변화 조사'에서는 제한 가능하다는 입장이 59%였다. 이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27%포인트가 늘어난 수치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회가 진심을 가지고 교회 본연의 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행동을, 장기적이고 지속해서 진심을 가지고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는 "한국 교회가 오늘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주된 세력으로 인식되는 참담한 현실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죄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울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루 빨리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온 소상공인들과 시민들, 공무원과 의료진들 앞에 고개조차 들 수 없다"고 참담해했다.
 
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한 방역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본질적 과제"라며 "온 국민이 나와 이웃을 위해 자기희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시점에서, '모이는 예배'의 '대면예배'의 중요성을 앞세워 순교적 각오로 저항하는 행위는 신앙의 본질과 집단적 자기중심성을 분별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웃 생명의 안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신앙 양태만 고집하는 교회를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제자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 이후에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생각하며 어려움을 감수하는 모범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섬처럼 떠도는 교회는 선교적 존재가치를 상실한 교회로 더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상의 빛과 생명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정신을 노래하기 위해 낡은 '거문고' 줄을 풀고 다시 매겠다"며 "전 지구적 차원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든든한 그루터기의 하나로 새롭게 세워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이홍정 NCCK 총무와 안재웅 YMCA 이사장, 원영희 YWCA 회장 등 세 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유정원 기자 news@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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