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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에 시한부 없습니다”


유수영 목사와 백소현 사모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연세대 루스채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을 지나 우측의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루스채플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이곳 로비에서 만난 유수영 목사와 백소현 사모 부부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결혼식을 이곳 루스채플에서 올렸다며 감회에 젖었다.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노숙인과 사창가 여성들을 위한 사역을 하는 유 목사는 현재 간암 말기로 투병하고 있다. 암은 폐로도 전이됐다. 장기간 투병으로 지친 가운데 건강했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유 목사는 현대건설에 입사해 전 세계를 누비다 41세였던 1989년에 신학교에 입학했다. 51세가 돼서야 목사안수를 받고 2001년 용산역 앞 사창가 한 가운데에 민족사랑교회를 개척했다. 2007년엔 서울역 옆 서계동, 지금의 자리로 교회를 옮겨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동체를 꾸려오고 있다. 유 목사는 2013년부터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사막지대에서 나무심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황사가 무척 심했던 해에 기도하며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겠다고 다짐한 게 계기였다.

가쁜 숨을 내쉬던 유 목사는 오는 10일 100여명의 봉사자들이 나무를 심기 위해 중국에 가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병색이 완연했지만 신체의 고통보다는 벌여놓은 일 걱정이 더 컸다.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잘되고 있다”며 짧게 답하고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주치의가 당장 쉬지 않으면 올해를 넘기지 못한다고 했는데…”라면서도 유 목사의 관심은 온통 사역에만 쏠려 있다. “생과 사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거잖아요. 병은 이미 얻었고 저는 제게 맡겨진 소임을 끝까지 다하려고 합니다.”

그는 투병 중에도 교회 이전을 준비 중이다. “후암동에 쪽방촌이 있어요. 용산역 사창가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여기 살고 있죠. 1200명쯤 됩니다. 자꾸 이분들 생각이 나요. 그래서 교회를 옮기려고요. 사실 일이 많이 진행됐어요.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조정하고 있으니까. 가진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죠. 제 건강은 문제가 안 됩니다.”

그의 눈빛에선 말기암 환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한마디만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소외된 이웃과 열방을 위해 교회 예산의 절반을 집행하면 됩니다. 많이 가지면 더 갖고 싶고 결국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게 되죠.”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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