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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한민수] 홍석현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열심히 취재한 적이 있다. 2004년 12월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입기자들과 송년 저녁을 하며 “주미 대사로 깜짝 놀랄 만한 빅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팀장을 하며 보름 전쯤 고급 취재원으로부터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제보를 받은 터였다.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 빅카드가 홍 전 회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데스크로부터 “홍석현, 그는 누구인가”라는 기사를 급히 출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때 집안 내력과 함께 그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에 홍 전 회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한 이는 여권 2인자였다. ‘조중동 카르텔’을 깨고 국제적 인맥을 가진 그가 주미 대사로 가면 껄끄러운 대미 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주미 대사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을 거쳐 차차기 대선에 도전할 거라는 얘기도 꽤 근거 있게 돌았다. 그러나 부임 반년도 안 돼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져 낙마했다. 그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같이 1997년 대선 때 특정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준 내용 등이 담긴 도청테이프가 공개된 것이다. 이후 JTBC를 만들어 승승장구했고 그렇게 언론사 사주로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올 초 문재인 캠프의 고위 인사에게서 “홍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역설적으로 그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대규모 싱크탱크를 띄우고 회장직을 돌연 던지자 조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봤다. 반문연대가 결렬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마는 접었지만 요즘 행보는 거의 대선 주자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석희 JTBC 사장 교체 외압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집으로 찾아와 입각을 ‘부탁’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그가 수차례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점을 보면 앞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할 것 같다. 총리직을 제의받았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금수저 출신의 언론사 사주 이미지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기보다는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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