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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찾아오는 조현병… 20대 노린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각, 현실에 대한 판단력 저하로 사회적, 직업적, 학업적 영역 등에서 적응에 상당한 문제를 겪는 정신장애로, 주로 청년기에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조현병 스펙트럼장애(조현병, 조현양상장애, 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정신병적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6만3000명, 입원·입소해있는 환자는 5만명으로 추산된다. 또 평생 한 번이라도 조현병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약 71만명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현병은 75% 이상이 20대인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조현병이 만성화되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조기 치료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실태조사의 연구책임자인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조현병은 뇌 회로의 성숙화 과정에서 생기는 질환이다. 대뇌가 10대 후반까지 발달하는데 발달 과정 중에 장애가 생겼을 때 조현병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현병 관련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홍 교수는 “원래도 조현병 사고는 매년마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혼자 살고 있는 환자가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요 발병층인 20대 환자들이 가족이랑 못살겠다고 하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전보다 환자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홍교수는 “혼자 살고 있던 환자가 사고를 치는 경우 경찰이 가족을 만나보면 ‘나 몰라라’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데 민원을 내기도 한다. 또 정신보건법에 따라 보호자 동의 없이 입원도 어려운 상태라 보호시설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보호자의 보호를 안 받고 있는 환자들의 관리로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경우에도 이전에 치료받았던 환자가 혼자 나와 살면서 증상이 악화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홍진표 교수는 조현병이 살인 외에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조현병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10배가량 높으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단지 우울증 환자수에 비해 조현병 환자수가 10분의 1 수준이다 보니 부각이 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현병의 조기 치료를 위해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조현병 환자 중 약물 치료를 하다가도 증상이 좋아지면 안 드시려고 하시는데,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반복적으로 재발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약물 대신 주사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의료급여법 개정으로 의료급여 환자들이 약제는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조현병인 경우 주사제 가격의 10%를 부담하게 돼있어 실제로 사용하는 환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조현병처럼 중증 환자들은 국가에서 관리해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에서 주사제 관리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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