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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파일] 항문질환 ‘치열’… 약물치료? 수술?



예전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했다가 겪은 일이다. 현지 의사의 소개로 찾은 한 초밥집은 메뉴가 ‘오마카세’라는 것, 한 가지 뿐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오마카세란 특정 요리의 이름이 아니고 메뉴 선택을 주방장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뜻이다. 그 가게의 주방장은 매일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 나가서 가장 좋은 재료를 고르고 그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병원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의사가 환자에게 몇 마디만 물어보곤 ‘알아서’ 약을 지어주거나 치료를 해줬다. 환자 측에서도 ‘알아서 잘 치료해 주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그 결과가 좋으면 이른바 ‘용하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의학 및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했고, 그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좋은지 환자들과 함께 공유하며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생긴 것이 두 종류의 의사다. 치료를 어떻게 할지 알아서 딱딱 정해주는 카리스마형 의사와 여러 경우의 수를 일일이 설명해주기만 하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결정권은 환자 측에 맡겨버리는 햄릿형 의사다.
 
어느 경우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몸이 아플 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의사를 만나는 게 치료도 잘 되는, 좋은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항문병도 예외가 아니다. 수술적 치료냐 보존적 치료냐 두 가지 방법 사이에서 어느 것이 나을지 의사나 환자나 확신이 안 서 고민이 될 때가 있다. 특히 배변 시 항문이 살짝 찢어져 따끔거리며 피가 묻어나오기도 하는 ‘치열’ 치료 시 그런 경우가 많다.
 
치열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배변습관이 불규칙한 젊은 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항문질환이다. 항문의 괄약근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근육 중의 하나다. 스트레스를 받아 항문괄약근의 긴장도가 높아지면 배변 시 찢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치열은 발병 초기일 경우 좌약 등의 약물치료와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는 온수좌욕을 하면 대부분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만성화되어 증세가 자주 반복되고 한번 열상을 입은 부위에 궤양까지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다. 항문에 작은 살점이 튀어나오는 ‘췌피’(피부꼬리)가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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