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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건강] SUGAR… 눈 뜨고 ‘당’할라



한 시민이 24일 마트에서 설탕이 든 음료수를 고르고 있다.
음료를 통한 당 섭취는 국민 하루 평균 당 섭취의 19.3%를 차지한다.  김지훈 기자


대학생 강모(29)씨는 24일 오전 당류가 들어간 시리얼(당 함유 11g)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점심은 자취방에서 즉석카레(10g)를 먹고 250㎖ 콜라 1캔(27g)으로 입가심을 했다. 리포트를 쓰며 칩과자 2봉지(12g)와 파이과자 1봉지(14g)를 캐러멜마키아토(28g)와 함께 먹었다. 저녁은 즉석오징어덮밥(7g)과 즉석된장국(4g)을 먹고 요거트(11g)와 오렌지주스(26g)를 후식으로 마셨다.
 
평소 과자 1박스를 통째로 먹는 강씨지만 오늘은 “꽤 건강하게 먹었다”고 생각했다. 키 170㎝에 몸무게 100㎏이 넘는 강씨는 자취생활을 하며 10년 넘게 비슷한 식단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가 이날 섭취한 당은 148g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성인 기준 1일 당 권장섭취량 50g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식품을 살 때 영양표시를 읽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누가 읽느냐. 당 함유가 20g 미만이면 적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음료수 2병만 마셔도 WHO 권고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는 기자의 설명에 “매일 권고 기준을 넘겨왔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답했다.
 
영양표시는 안 읽고…
 
강씨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영양표시를 읽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7일 대한민국 성인 중 가공식품에 표시된 영양표시를 읽는 이는 남성 19.6%, 여성 37.5%뿐이라고 발표했다. 50세 이상 남성과 65세 이상 여성은 10% 이하만이 읽었다.
 
무심코 먹는 음식에 설탕이 녹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4월 펴낸 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2007년 59.6g에서 2013년 72.1g으로 증가했다. 우유를 제외한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 역시 같은 기간 33.1g에서 44.7g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하루 당류 적정 섭취 기준은 섭취 열량 대비 10∼20%다. 국민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을 2000㎉로 봤을 때 당류를 50∼100g 이상 먹으면 과다 섭취다. 국민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당류 섭취량을 초과하며 당을 먹지는 않았지만 WHO 기준은 넘어섰다.
 
음료수가 함정
 
정부는 저연령층에서 가공식품에 첨가된 당(첨가당)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우려한다. 2013년 3∼29세 연령대에서 첨가당 섭취가 과다 섭취 기준인 열량 대비 10%를 넘어섰다. 2010년에는 19∼29세만 이 기준을 넘겼는데 3년 만에 어린이까지도 첨가당을 과다 섭취하게 된 것이다.
 
첨가당은 탄산음료나 과일음료, 스포츠음료 등의 가당 음료와 케이크, 쿠키, 사탕류, 껌류, 초콜릿류, 설탕, 시럽, 잼류 등에 담겨 있다. 식약처는 “당류를 섭취하는 주요 경로 중 음료류 비율이 점차 증가한다”며 경고했다. 전체 당류 섭취에서 과일을 통한 당 섭취는 2007년 27.5%에서 2013년 21.9%로 감소한 반면 음료류를 통한 당 섭취는 14.6%에서 19.3%로 증가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김민정 건강실천팀장은 “청소년은 음료, 어른들은 커피로 당류 섭취를 많이 한다”며 “커피믹스나 캐러멜마키아토, 과일주스, 유색우유 등은 주의하고 설탕이 안 들어간 커피나 흰우유 등을 대신 먹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설탕, 비만 고혈압 당뇨 원인
 
식약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류를 총열량 대비 10% 이상 섭취하면 비만, 고혈압, 당뇨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만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 등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인의 당류 섭취 현황과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가당 음료는 포만감을 감소시켜 과도한 에너지 섭취를 유발한다”며 “가당 음료의 높은 당 부하지수와 과당은 인슐린 저항성, 췌장 β-세포 파괴, 염증, 고혈압, 복부비만, 동맥경화성 이상지혈증으로 이어져 대사증후군이나 제2형 당뇨,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당 줄이기 레시피 보급
 
식약처는 지난해 4월 “단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자”나 “시럽은 한 번만” 등 실천 메시지를 담은 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7일 “청소년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다음 달 교육부와 공동으로 당을 줄일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류 함량 정보가 포함된 영양표시 대상 식품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제품에 당류의 ‘%영양성분 기준치’ 표시를 의무화해 하루 영양성분 기준 대비 당류 섭취량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10월 중 시리얼류와 코코아 가공품에 영양성분 기준치를 표시하고 2019년 드레싱과 소스류, 2022년까지 과·채 가공품류 등으로 표시 확대를 추진한다.
 
설탕 대체할 단맛은?
 
미국 건강 전문지 ‘헬스’는 백설탕 대체용 천연당으로 메이플시럽, 꿀, 대추야자당, 코코넛당, 블랙스트랩당밀 등 5가지를 선정해 지난 22일 발표했다. 각설탕 등 흰설탕보다 덜 가공되고 영양이 더 풍부한 천연 식품이라는 설명이다.
 
단풍나무 수액을 끓여서 만드는 메이플시럽은 피부와 뼈 건강에 이로운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 꿀에는 항균·항염증 성분이 풍부하다. 대추야자 당은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 등이 풍부하다. 코코넛 야자나무 싹에서 추출하는 코코넛당은 장내 유익한 세균의 먹이가 되는 이눌린이 함유돼 있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이 결정화된 후에 남는 블랙스트랩 당밀은 칼륨, 마그네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김 팀장은 “과일, 양파, 꿀, 올리고당 등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설탕의 단맛을 대체하는 게 좋다”며 “꿀은 혈당을 상대적으로 덜 높이고 올리고당은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많다”고 설명했다.

■ 외국선 설탕세 잇단 도입… 국내선 “시기상조” 우세
세금 부과, 설탕 함유량 감소·가격 상승 ‘양날의 칼’
“먹거리 많은 유럽과 달라 실패 가능성” 신중론 많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당이 들어간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을 공식 권고했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성인 6억명이 비만인 데다 1980년 1억명이었던 당뇨병 인구도 4억명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다.
 
김어지나 버지니아공대 식품음료관리분야 교수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주요국의 설탕세 도입 현황’ 보고서에서 “설탕세는 부정 효과 원인자에게 부담을 부과하는 피구세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설탕세 부과로 생산자가 설탕 함유량을 줄여 건강한 식품 개발 환경을 유도하거나 제품 가격을 올림으로써 소비자의 설탕 섭취를 감소시켜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미국 일부 주와 프랑스 멕시코 헝가리 핀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인도 영국 등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설탕세 도입으로 5년 안에 가당 음료를 하루 반 잔 이상 섭취하는 어린이 비율을 25%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징수되는 연 1억 유로의 세금은 사회보장제도에 활용된다. 전 세계에서 탄산음료 소비량이 가장 높은 멕시코는 설탕세 부과로 가당 음료 소비량은 줄었지만 서민의 조세 부담이 커졌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설탕세와 같은 식료품 피구세 도입 논의는 있었다. 2005년 국가비만대책위원회와 2011년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부실 음식에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주장했다. 2013년 새누리당은 부실음식 수입·유통판매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많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설탕을 대체할 사과 값마저 비싼 한국에서 설탕세를 부과하는 것은 싸고 좋은 먹거리가 많은 유럽 국가들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담뱃값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당 섭취가 위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식습관 개선으로 당 섭취 줄이기를 권고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향후 당 섭취량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설탕세 도입 논의가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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