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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서윤경] 삼성전자와 안철수



2011년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이 전 세계에서 진행됐다. ‘둥근 모서리 소송’이라 불리는 디자인 관련 1차 특허 소송이었다. 이듬해 ‘밀어서 잠금해제’ 등으로 2차 소송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도 전자사진 기술 특허 침해로 맞불을 놨다. 현재까지도 법정 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2012년 일찌감치 ‘결론’을 내렸다. 실질적 승자는 삼성이라는 것이다.

소송 이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 복귀와 함께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애플이 세계 시장을 선점한 뒤였다.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갤럭시 시리즈는 ‘퍼스트 팔로어’에 불과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애플과의 소송 이후다. 전 세계 언론은 재판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어느 순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인자 애플이 견제하는 회사가 됐다. 소송을 건 쪽은 애플이지만 소송을 활용한 건 삼성전자였다.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뛰어넘는 홍보 효과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세론을 굳히고 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맞대결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강한 1등을 경쟁상대로 내세워 스스로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안 후보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을 벤치마킹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전략은 먹혀들었다. 다만 IT 기업의 전략과 정치적 구도가 다르기는 하다.
 
“어떤 별은 물이 말라 버린 우물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을 알고 나면 그 별이 아무리 반짝여도 목말라 보인다.”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책에서 편견이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 후보는 금수저에 성공한 창업자 편견을 바꾸기 위해 발성까지 고쳤다. 과연 퍼스트 팔로어에서 1인자가 될 수 있을까.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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