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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창립자가 트럼프-푸틴 비밀 핫라인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선 특사’를 파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과 은밀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핵심 측근들의 잇따른 러시아 내통 스캔들에 이어 트럼프 자신의 비선 특사 파견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정권이 크게 휘청거릴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 민간 군사업체 ‘블랙워터’ 창립자 에릭 프린스(사진)가 트럼프의 공식 취임을 9일 앞둔 지난 1월 11일 인도양 서부 세이셸공화국에서 푸틴의 측근과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프린스는 트럼프 정권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다. 그러나 1월 회동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을 트럼프의 ‘비선 특사’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린스는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기부할 만큼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러나 블랙워터가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등 ‘전쟁 주식회사’라는 오명이 붙어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회동은 UAE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가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모하메드는 회동 2∼3주 전 관례를 어기면서 버락 오바마 정권에도 알리지 않고 미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일정을 조율했다. 당시 모하메드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미·러 간 만남을 적극 주선한 것은 자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시리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이란과 시리아를 든든히 지원하고 있어 미국과 UAE 입장에서는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미국이 대러 제재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가 중동에서 손을 거둬준다면 중동 패권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프린스는 트럼프 정권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며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프린스의 대변인도 “완전 날조”라며 “트럼프와는 관계가 없는 회동”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을 겨냥해 “어째서 테러리스트를 잡아야 할 정보 당국이 시민을 감시하고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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