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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스페셜/월드] 中청년들 '한국판 페이스북'으로 잡는다





중국은 그야말로 창업 열풍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매일 1만5000곳 넘는 기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인뿐 아니라 무한한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은 한국의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창업해 기반을 다지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노리는 한국의 신생 벤처기업, 이미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중소기업, 중국의 벤처캐피털(VC) 대표들의 시리즈 인터뷰를 통해 중국 창업의 현재를 소개한다.
 
타타유에프오(TataUFO). 중국어로 ‘그와 그녀’를 의미하는 ‘타(他)와 타(?)’에 다른 세계를 연상시키는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합성된 말이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젊은이들만의 온라인 공간을 표방하는 중국 SNS 서비스다. 현재 570만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타타유에프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는 한국인 정현우(31·사진)씨다. 베이징대 경제학원 금융학과를 다니던 정씨는 창업 수업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2013년 졸업하면서 중국인 친구와 함께 공동 창업했다.
 
타타유에프오의 기본 개념은 페이스북이랑 비슷하지만 주 대상이 대학생이라는 점이 다르다. 교수나 부모는 접근이 힘들다. 주소록 기반으로 학교와 학번, 취미 등 가입 정보를 넣어야 한다. 정 대표는 “중국에는 한국의 신촌처럼 대학가라는 말이 없다”면서 “중국 대학생들은 거의 100%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바로 옆에 있는 대학이라도 같은 대학이 아니면 다른 학생들과의 교류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 SNS인 위챗은 처음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서비스지만 50대 이상의 가입자들이 늘면서 20, 30대가 떠나고 있다. ‘그들만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창업 특구로 불리는 중관춘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은 정직원과 인턴사원을 합쳐 65명 정도가 근무한다. 이곳에서 정 대표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중국 벤처캐피털(VC)과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800만 달러(약 92억5000만원) 정도 투자를 받아 지금까지는 돈을 벌지 못하고 쓰기만 했지만 올해부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연말까지 회원 수를 15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회원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1선 도시’ 청년들이 70∼80% 차지한다. 정 대표는 “대학생 이외의 젊은층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화이트칼라 등 경제 능력이 있는 대상에 집중하고 지역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원 수가 늘어나면 온라인 쇼핑 등 수익 사업이 가능하다.
 
정 대표가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시아에 대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일체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너무 작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 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할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베이징을 가는 것이 부산에 가는 것만큼 쉬워졌고,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인으로서 메이저로 활약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됐다고 한다. 고민 끝에 한국 대학교를 다니다 자퇴하고 베이징대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실 나는 운 9이고 실력은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좋았던 운들을 열거했다. 2006년 베이징대로 진학할 수 있던 것도 당시 수능 성적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한 코이카(KOICA) 봉사활동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했다. 지금은 이 제도가 없어졌다.
 
정 대표는 어려서부터 창업 DNA가 있었다. 1998년 울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정 대표는 부모로부터 300만원을 투자받아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관리해주는 기업을 창업했다. 초등학교 때는 인터넷에 빠져 한 달 전화비가 20만원 넘게 나왔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혼자 독학했다. 컴퓨터를 망가뜨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처음 어려서 창업했을 때는 ADSL(전화선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 통신)이 깔리던 시대였다”면서 “무척 운이 좋았다”고 했다.
 
또 2011년 벤처투자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잠깐 일할 기회가 있었다. ‘대단한 창업가’들을 옆에서 보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 2013년 중국에서 창업할 때도 중국의 창업 자본 환경이 유리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는 그 시기 그 시대의 환경이 만들어준다”면서 “바이두나 텅쉰 등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IT) 기업 창업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나이가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창업 과정은 솔직히 한국보다 복잡했다. 별의별 규정이 다 있고 보이지 않는 규제도 많았다. 그는 “처음 이름을 등록할 때도 ‘타타’로만 하려고 했는데 이름이 좋다 보니 가만히 두고 보다가 결국 거부됐다”고 말했다. 지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행정 프로세스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사실 창업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투명하고 바르고 간편하다. 하지만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다. 그는 “한번 성공했을 때 가질 수 있는 게 중국이 훨씬 크다”고 했다. 중국에는 인구만큼이나 똑똑한 사람도 많고 자본도 넘친다. 사회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돈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방임을 한다. 그만큼 혁신이 더 가능한 구조다. 정 대표는 “중국이 한국에 비해 더 야생에 가깝다”면서도 “하지만 말 그대로 무한경쟁의 국가이기 때문에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국에서 창업하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말리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히트한 상품이라고 중국에서 바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히려 중국에서 잘 되는 게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정 대표는 3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 중국에서의 창업은 정말 쉽지 않다. 단단히 결심을 해야 한다. 둘째, 믿을 수 있는 중국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내 비즈니스를 중국인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내 비즈니스가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셋째, ‘관시’(關係·인맥)를 믿지 마라. 한국인들은 관시만 있으면 중국서 다 된다고들 하는데 중국은 더 이상 관시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해 등록 기업 552만8000곳, 하루 1만5100곳씩
 
중국공상총국이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규 등록 기업은 552만8000곳이다. 전년 443만9000곳에 비해 24.5% 늘었다. 지난해 매일 1만5100곳의 기업이 탄생했다는 의미로 전년 1만2000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비스업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 기업 중 서비스업은 전년 대비 24.7% 급증한 446만곳에 달했다. 전체 신규 등록 기업의 80.7%에 해당한다. 제조업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16.9% 증가한 44만6000곳의 제조업체가 새롭게 등장했다. 전년 5.8% 증가율을 크게 웃돈 것이다.
 
중국은 2015년 3월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정부 공작보고를 통해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이라는 경제발전 방침을 제창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창업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도 성장기를 끝내고 중속 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로 진입하면서 창업을 통한 혁신을 중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개혁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창업 등록자본금 최소 요건을 폐지하고 출자방식 자율화를 시행하는 한편 영업면허증과 사업자등록증, 세무등기증을 하나로 통합하는 '삼증합일(三證合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졸업생 창업 시 세금 감면 혜택과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금 대출도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재학생의 휴학 창업을 허용하고 창업 전문 교과과정 개설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와 텅쉰, 바이두, 샤오미 등 창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늘면서 청년 인재들이 창업을 성공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등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졸업생 중 약 3%인 20만4000명이 창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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