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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에 맡기고… 이젠 미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저 문을 통과해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지난 수개월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박 전 대통령이 역사의 뒤편으로 페이드아웃되며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박근혜 이후'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빈칸으로 남았다. 윤성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저 문을 통과해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지난 수개월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박 전 대통령이 역사의 뒤편으로 페이드아웃되며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박근혜 이후'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빈칸으로 남았다. 윤성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왔다.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네 번째 전직 대통령 소환이다. 

청와대 경호원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8초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는 29자의 짤막한 준비된 메시지를 남기고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이번에도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았다. 표정은 담담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정점을 찍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몇몇 재벌에 대한 주변 수사만 남았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를 둘러싸고 구속·불구속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촛불과 태극기가 맞섰던 탄핵 정국의 재판이다.

검찰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고 엄중하다. 이번 수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핵심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만에 하나 수사가 여론이나 정치적 외풍에 휘둘린다면 검찰은 설자리를 잃고, 불복(不服)의 힘은 배가된다.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권의 도를 넘은 수사 간섭은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예외 없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통령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했던 검찰이다. 검찰을 믿고, 좌절하고 분노한 시민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것, 이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치솟는 실업률 등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대외 여건 또한 남북관계는 물론 무역, 사드,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미, 한·중, 한·일 관계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과도적 리더십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회와 정치권이 황교안 과도정부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이제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촛불과 태극기를 내려놓을 때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4개월 가까이 지속된 탄핵 정국에서 국민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허비했다. 우리에게는 과거에 얽매일 여유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5·9민심도 미래를 얘기하는 후보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흥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wlee@kmib.co.kr, 사진설명=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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