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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서윤경] 꽃, 실크 치마 그리고 해파리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사적 제284호의 메인 홀. 천장에 잔뜩 움츠린 채 매달려 있던 하얀 꽃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다채로운 햇빛을 받으며 꽃잎을 활짝 편 채 떨어진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 중인 ‘다빈치 코덱스’ 전의 전시품 중 하나인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샤이라이트’. 작가는 꽃이 피는 움직임을 기계로 재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이를 본 관람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하늘거리는 여자의 실크 치마’부터 ‘쌉싸름한 커피 위에 얹힌 생크림’에 ‘물 속을 유영하는 해파리’까지.

예술작품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37년간 남긴 3만장가량의 방대한 기록물인 ‘코덱스’에 상상력을 가미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된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들은 설치미술로, 과학자들은 로봇이나 3D 프린터로 작품을 재현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는 화가이자 과학자, 건축가였던 다빈치의 철학과 연결돼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최근 한국 경제는 또 다른 형태의 다빈치 코덱스전 같다. 해석이 제각각이다. 같은 지표를 두고 누군가는 상상력을, 누군가는 숫자를 중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의 반대 이유로 안보와 함께 “어려운 경제”를 들었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경제 위기설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덕분에 혼란을 느낀 건 국민이다. 예전부터 경제의 경계를 두고 논란은 있었다. 미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2011년 출간한 ‘경제학 혁명’에서 경제학의 주요 가정들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 오도된 결론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해석의 차이가 비판의 대상은 될 순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도마에 오르는 것은 공감 노력의 부족 때문 아닐까. 다빈치 코덱스전에서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말없이 꽃만 바라봤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감의 힘이었다.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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