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 비긴즈] 목회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재하는 기억의 장벽





알고 지내던 집사님이 있다. 그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땐 종종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분은 ‘PK(Pastor Kids)’ 즉 목회자 자녀이다. 집사님의 시선엔 늘 내 아내와 딸이 걸려 있었다. “목사님~, 사모님과 따님한테 잘해주세요.”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충고일 거다. 목회자 딸로 유년을 보내며 망막에 새기고 귓가에 박혔던 이야기와 목회자 아내인 엄마를 바라보며 가슴에 묻었던 기억일 것이다.

그런데 사역자 아빠에 대한 걱정은 없다. 희한하기도, 서운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막연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마다 “예, 집사님 잘할게요” 하며 대답했는데 집사님 보시기에 성이 차지 않았던 것 같다.

목사 또는 선교사 자녀로 살아가는 이들에겐 늘 결핍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기억과 정보의 불일치가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는 것이다. 그 결핍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어떻게 생겼는지, 당사자들의 생각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딸아이와 함께 휴대전화에 녹화된 여행 영상을 보다가 마음이 무너졌다. 좋았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한참을 얘기하다 최근 한 친구가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늘어놨다. 딸 친구 여행기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박혔다. “근데 뭐, 괜찮아요.” 마음의 번역기가 오작동했다. 분명 “괜찮아요”라고 했는데 “안 괜찮아요”로 들렸다. 문득 이전에 딸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일러스트=이영은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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