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근 (20·끝) 누군가를 위해 주춧돌 놓는 수고 감당하고 싶어…

집무실의 정근 원장. 정 원장은 “‘하면 된다’의 마음으로 재난 현장을 가고 북한 선교에 나섰다”며 “‘고달픈 나그넷길 가면서 이름도 없이 헌신한 누군가가 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삶은 변화무쌍했다. 우유죽을 먹으려고 눈을 뜨면 학교로 달려가던 개구쟁이 정근, 마른 몸이 부끄러웠고 결핵 때문에 병원을 들락날락하던 청소년기 우울한 정근, 리어카에 이삿짐을 싣고 산복도로를 다니던 가난한 청년 정근, 무슨 일이든 해내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던 의대생 정근, 조직 개혁에 앞장섰던 교수 정근과 재난현장이면 어김없이 찾아간 그린닥터스 리더이자 의료인 정근.

바로 그 정근은 예수님이 주신 지혜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살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믿음으로 기도하며 간절히 구하니 ‘하면 된다’ ‘잘 될 것이다’라는 긍정의 마음을 갖게 됐다. 말로만 외치는 바리새인, 행동하지 않는 서기관이 아닌 세상일에 나서신 예수님의 모습을 닮고자 했다. 적극적으로 간구하고 생각하면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잠언 24장 말씀을 기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힘썼다.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눕자하면 빈궁이 도적같이 올 것이며 네 곤핍이 군사같이 이르리라.”(잠언 24:33~34)

크기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고무그릇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온병원그룹을 이끌게 됐고 그린닥터스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대학 2학년 때부터 마음에 품은 땅끝, 북한을 향한 선교를 실천하는 기회도 만들었다.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의료활동에 나서고 결핵 퇴치에도 나섰다. 2012년 아쉬움 속에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서 선교는 잠시 멈췄지만, 북한을 향한 마음은 여전하다. 지금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통일 후 북한의 열악한 의료수준을 한국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비전도 품고 있다. 최근 건설사를 인수한 것도 이런 비전을 향한 준비다. 북한에 병원을 세워 한국의 선진 의료 기술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북한 인재들에게 선진 의료기술을 교육시키려면 병원과 의과대학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100년도 훨씬 전 서방국가에서 온 선교사들이 세브란스 등 병원을 세워 한국의 의료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북한에 종합병원을 세워주는 게 내 마지막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누군가 완성할 수 있도록 이름도 빛도 없이 주춧돌을 놓는 수고를 감당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어릴 적 결핵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만큼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 세상에 필요한 걸 남겨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하면 된다’를 계속 실천하려고 한다. 이 말은 의외로 강한 논리를 갖고 있다.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먼저 ‘뭔가’를 해야 한다. 이룬다는 의미를 갖는 ‘된다’의 전제는 ‘하면’이다.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음을 말한다.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일궈낸 일들을 아주 먼 훗날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후손들이 누가 이 일을 했느냐 묻거든 누구인지 모를 너희의 선조들이 고달픈 나그넷길 가면서 이름도 없이 헌신했노라”고 말이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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