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왜 하는 거임?”… 한국교회 향한 Z세대 시선 보인다

국내 5개 대학의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기독교’ ‘교회’ 관련 게시글. 에브리타임 캡처


“기독교 사람들 왜 이렇게 끈질기게 전도하려 하는 거임. 새로운 사람 데려가면 교회에서 인센티브라도 줌?”

지난해 10월 서울 A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타)에 올린 글이다. 교회와 개신교인을 향한 거친 표현이 들어간 이 게시물에는 “그게 교회의 사명임ㅋㅋ” “난 옳아… 난 틀리지 않았어… 내가 맞는 거야(란 생각으로 전도하는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끈질긴 전도’ ‘예수처럼 살지 않는 교인’ ‘동성애 반대’…. 에타에서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부정적 의견을 남긴 이들이 주로 쓴 표현이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출생)인 이들의 날 선 표현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점을 파악해야 할까.

국민일보는 성균관대 명지대 단국대 남서울대 등 국내 5개 대학 에타에서 ‘기독교’ ‘교회’를 검색해 ‘에타 속 한국교회 여론’을 들여다봤다.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2월 13일까지 올라온 기독교 관련 게시글 42개 중 직접적인 부정 여론은 24개였다. 이와 별도로 16개는 기독교 교리 문의, 학내 사이비종교 알림 등 기독교 관련 정보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이들 게시글에도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드러났다. 긍정 여론이 담긴 글은 2개에 그쳤다.

부정 여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전도’다. 경기도 B대 에타에선 “기독교 강요받는 거 너무 스트레스다. 강제로 교회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게시글에 “너희 하나도 안 선하고 뭐 하는지도 모르겠고 민폐”라며 개신교인 행태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예수처럼 살지 않는 목회자와 성도를 향한 볼멘소리도 꽤 됐다. 교회를 질타한 에타 속 여러 대학생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목사가 훈장을 왜 받아야 하는지’ ‘종교 교리대로 살지도 않으면서 왜 전도에만 힘쓰는지’를 물었다.

동성애, 이단과 관련해선 일방적인 비난보다 질문에 가까운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충남 C대 에타엔 “신이 정말 있느냐”란 질문에 “살인자는 구원해주는 자비로운 신이라면서 동성애자는 몹쓸 인간말종이란다… 이런 모순 때문에 교회 안 간다”는 댓글이 달렸다. “교회 조롱은 사절한다. 찐 교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이단·사이비와의 차이를 알려 달라는 문의도 여럿이었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표출한 에타 속 부정 여론의 원인으로 한국교회 신뢰도 저하를 지목했다. 주상락 명지대 기독교교양학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포용 정신을 한국교회가 세상에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세대에게 사회적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느끼는 거부감 해소를 위해선 ‘경청의 신학’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주 교수는 “세대 간 문화 차이가 극명해진 지금, 변화를 위해선 경청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긴요하다”며 “각 교단 등이 다음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Z세대와의 수평적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선 수평성과 개별성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는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권위적인 편”이라며 “다음세대 복음 전파를 위해 수평적 문화를 교회가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김동규 인턴기자 grie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