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말씀으로 갈등 봉합하니 성도들, 떡 떼며 함께 축복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증가교회는 백운주 목사 부임 후 오직 말씀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부흥의 계기가 된 전 교인 성경공부를 마친 성도들이 2011년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증가교회 제공




교회에서 생기는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갈등을 치유하기보다 차라리 갈라서는 게 노력이 덜 든다고 생각해서다.

서울 서대문구 증가교회(백운주 목사·사진)는 한국교회의 이런 현실에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 10여년 전 둘로 나뉘었던 교회는 회개와 회복의 시간을 거쳐 현재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증가교회는 산동네 가난한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다. 꾸준히 성장하던 교회는 2010년 어려움에 부닥쳤다.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당회의 의견이 둘로 갈리며 갈등이 생겼다. 1년 넘도록 후보에 오른 목사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뉘어 대립하면서 성도 500여명이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 지난 17일 교회에서 만난 백운주(63) 목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새로운 담임을 청빙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 ‘치리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1년에 걸쳐 청빙 투표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모두 부결됐어요. 결국 당회가 새로운 담임목사 후보를 찾을 수밖에 없었죠.”

당회가 찾은 새 인물은 인천중앙교회에서 10여년간 담임 목회하던 백 목사였다. 증가교회처럼 어려움이 있던 인천중앙교회는 백 목사가 부임한 후 회복됐다. 당회는 이 점에 주목해 백 목사를 후임 목사로 생각한 것이었다. 백 목사로서는 힘들게 사역했던 교회가 은혜롭게 성장하고 있었으니 떠날 이유도,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증가교회로 가라”고 말씀하셨다고 백 목사는 회고했다.

백 목사는 “인천중앙교회 성도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가려면 우리를 밟고 가라고 하던 성도들이 일주일 기도를 마치고 ‘목사님, 하나님이 목사님 가시래요. 어려운 교회 가시는데 아프지 마세요’하면서 보내줬다”며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꼭 자식을 떼어놓고 온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했다.

2011년 증가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를 맞이했지만 성도들의 마음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백 목사가 첫 설교를 했던 날은 새 예배당이 다 지어진 후 드리는 입당예배이기도 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백 목사가 심방을 하며 만난 성도들도 아직 한마음이 되지 않았다. 결국 심방을 중단한 그가 선택한 건 ‘말씀’이었다. 전 교인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개의 반을 만들었는데 성도 600여명이 등록했어요. 아마 ‘새로운 목사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마음도 있었을 겁니다. 신앙과 교회의 본질에 대해 10주 동안 성경공부를 했는데 처음엔 팔짱을 끼고 관심 없던 성도들의 눈빛이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지막 10주차 모임에는 전 교인이 한자리에 모여 떡을 나누며 축복했다. 백 목사는 이날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그 후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었다. 해마다 체육대회나 수련회와 같이 성도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조금씩 회복의 기운을 느끼던 2014년, 그는 교회가 하나님 앞에 분열의 잘못을 회개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도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이들을 이끌었던 당회의 잘못이 크다고 판단해 장로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요구했다. 그러자 11명 장로 전원이 사임서를 내고 3개월간 근신하며 격주로 수양관에 모여 회개 기도를 했다.

그리고 그해 6월 29일 드린 참회 예배에서 장로들이 참회의 글을 낭독하며 하나님과 성도 앞에 사과했다. 성도들도 눈물로 기도하며 진정한 화해를 이뤄갈 것을 다짐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증가교회가 갈등을 수습하는 짧지 않은 기간에 그는 교회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면 먼저 앞서가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증가교회는 예전 교세를 회복하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사이 백 목사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암 수술만 네 차례나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교회가 회복되는 데 자신을 사용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교회가 하나 된 비결은 오직 하나님이었습니다. 저와 성도들은 하나님이 시키시는 대로, 말씀대로 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로 나아가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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